어쩌면 '채용'이란 면접관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지원자와, 지원자의 진실 여부를 밝히려는 면접관 사이의 불꽃 튀는 눈치 싸움이라고 볼 수 있어요. 면접에서 나올 만한 질문들이 워낙 많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모범답안을 미리 암기하고 면접에 임하는 지원자의 진짜 역량을 1~2시간 짜리 면접으로 파악하기란 어렵습니다. 요즘엔 챗GPT을 통해 모범답안을 쉽게 구할 수도 있죠. 그리고 면접을 통해 입사 후에 동료들에게 보일 태도나 인성, 기질을 파악하는 것은 더더욱 힘듭니다.
그래서인지 지원자의 성격적 기질을 판단하기 위해 특이한 방법을 쓰는 경영자들이 간혹 있습니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연구 조수를 채용할 때 스프를 함께 먹는 방법을 썼다고 해요. 스프를 받고서 맛을 본 다음 소금(혹은 후추)을 치는지, 아니면 맛도 보지 않고 바로 소금을 치는지 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만약 지원자가 후자의 행동을 보이면 에디슨은 그를 채용하지 않았다고 해요. 상황을 분석하지 않고 '소금 간이 돼 있지 않을거야!'라고 무턱대고 가정하고 바로 행동에 옮기는 부주의한 성격이라면 자신의 연구를 보조할 만한 사람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에디슨의 방법을 차용하는 경영자들을 간혹 있습니다. 어떤 경영자는 자신이 점찍어 놓은 지원자를 곰탕집에 데리고 간다고 하더군요. 에디슨이 그랬듯이, 지원자가 맛도 보지 않고 소금을 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하지만 소금을 치는 행위가 실제로 업무를 부주의하게 수행하거나 선입견이나 편견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분석된 바가 없습니다. 에디슨도 실험적 분석 없이 몇 번의 경험과 자신의 가정(“무작정 소금을 치는 지원자는 연구 조수로 부적절하다”)에 따라 채용 여부를 결정했다는 비판을 충분히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만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지원자의 어떤 면을 보면 그의 대부분을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과거의 이야기는 대충 뭉뚱그리면서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라는 말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는 지원자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지원자의 역량은 과거 스토리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지, '잘 하겠다'는 결심으로는 아무것도 간파할 수 없다고 보거든요.
지난 코로나 기간 동안, 일이 없어 TV를 보면서 느낀 생각, 하릴없이 유튜브의 바다를 떠다니며 발견한 나름의 통찰, 일이 없어 좀 까칠해지긴 했지만 그 까칠함을 통해 사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본 이야기, 오래 산 인생은 아니지만 제 삶의 방식과 관점 등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저의 첫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인데요, 읽고 싶은 부분을 아무데나 펼쳐서 가볍게 읽기 좋을 겁니다. 한번 읽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