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여러분은 100프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텐데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렇지 않다'고 말할 근거가 있으면 좋을 겁니다. 다행히 마크 볼리노(Mark C. Bolino) 등의 연구자들이 내놓은 논문에 그 근거가 아주 잘 제시돼 있더군요.
볼리노는 900명 이상의 리더와 직원들에게 설문을 돌려서 직원들의 호기심 수준과 그들이 타인의 눈치를 얼마나 잘 보는지(긍정적 의미의 눈치)를 측정했습니다. 여기에서 눈치란 '정치적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볼리노는 관리자들에게도 설문을 돌려서 각 직원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말을 잘 안 듣는지(불복종)' 등을 측정했죠.
데이터를 취합해 보니까 호기심 많은 직원일수록 리더에게 불복종하는 경향을 보이고, 그렇기에 리더에게 비호감인 존재가 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능력(눈치)이 높으면서도 동시에 호기심이 높은 직원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리더의 말을 잘 따르고 리더에게 호감을 주었던 것이죠.
볼리노는 추가 연구를 통해서 '호기심이 얼마나 건설적이냐'가 리더가 직원에게 느끼는 호감을 결정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건설적인 호기심이란 어려운 문제를 파고드는 것인데 반해, 비건설적인 호기심은 너무나 쉬운 문제에 지나치게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을 의미하죠. 리더가 건설적인 호기심을 보이는 직원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는 점, 이것이 볼리노의 최종 결론이었습니다. 무턱대로 질문을 퍼붓는 식의 호기심보다는 '눈치껏' 정치적 능력을 발휘하고 자신의 호기심을 잘 통제해 '적시'에 질문할 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리더는 직원들이 건설적인 호기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하고, 직원 본인들도 호기심다운 호기심을 표출하도록 스스로를 잘 통제할 줄 알아야 합니다. 호기심을 마구 발산할 경우, 직원들은 리더로부터 '말 안 듣는 위험한 직원'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참고논문
Thompson, P. S., Bolino, M. C., Norris, K. R., & Kuo, S. T. (2023). Unconstructive curiosity killed the cat: The importance of follower political skill and constructive curiosity to avoid leader perceptions of insubordination and unlikability.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78, 104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