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유선 이어폰을 꽂을 단자가 없습니다. 이렇게 된 지 꽤 오래 됐죠. 아이폰이 스타트를 끊더니 갤럭시가 덩달아 동참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려면 별도의 장비를 구비하거나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사용해야 합니다. 애플이 에어팟을 판매하려고 이어폰 단자를 없애버렸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죠(방수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말은 뻥에 가깝습니다).
허나 블루투스 이어폰의 가격이 좀 비쌉니까? 괜찮은 음질을 즐기려면 적어도 10만원 가량은 투자해야 합니다. 음질이 동 가격의 유선 이어폰에 비하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게다가 1년 넘게 사용하면 내장 배터리가 다 되어 무용지물이 되거나, 걷다가 떨어뜨려 하수구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내구성도 약하고요. 오죽하면 당근마켓 등에 ‘한 쪽만 팝니다’ 혹은 ‘한 쪽만 삽니다’란 글이 자주 올라오겠습니까?
이런 단점 때문에 유선 이어폰을 찾거나 유선 이어폰을 착용하면 ‘힙’해 보인다고 느끼는 사용자가 많기에 예전처럼 스마트폰에 유선 이어폰을 연결하려는 니즈가 존재합니다. 그것도 제법 상당수가. 그런데 문제는 이런 니즈를 파고들어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날 지인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스마트폰과 유선 이어폰을 연결해주는 ‘어댑터’를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구매했는데, 꽂아서 연결해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에 ‘사용할 수 없는 기기가 연결되었습니다’란 경고문만 나온다고 말이에요. “얼마짜리인데요?”라고 물으니 3개에 2천원을 주고 샀다고 그는 대답했습니다.
저는 1개에 700원도 안 한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소리가 안 나는 게 맞아요. 날 리가 없죠.”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의아해 하더군요. USB-C단자쪽을 스마트폰에 꽂고, 3.5밀리 단자에 유선 이어폰을 꽂으면 소리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표정이었습니다.
혹시나 여러분 중에 모르는 분이 있을 것 같아서 짧게 설명 드립니다.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재생하면 ‘디지털 데이터’가 이어폰 쪽으로 스트리밍되는데, 그 데이터는 0과 1로 된 2진수 값이라서 우리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디지털 데이터를 아날로그로 전환해줘야 들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지인이 구매했다는 어댑터 안에는 ‘디지털 투 아날로그 컨버터’라는 장치가 들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약자로 DAC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DAC만 있으면 되냐고요? 아닙니다. DAC에서 나오는 아날로그 신호는 미약하기 때문에 충분한 크기의 음량으로 증폭시켜야 합니다. ‘앰플리파이어(앰프)’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것 역시 어댑터 내에 장착돼 있어야 하죠. 요약하면, DAC과 앰프가 필히 존재해야 유선 이어폰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700원 짜리 어댑터에 DAC와 앰프가 들어 있겠습니까? 아무리 대량생산으로 DAC와 앰프 가격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적어도 몇 천원은 돼야 이 두 부품을 넣을 수 있고, 제법 괜찮은 음질을 뽑아내려면 만 원은 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