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좀 황당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어른’의 정의를 떠올렸습니다. ‘자기 선택이나 결정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상태가 바로 어른’이라는.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결정해 놓고 병원으로 돌아와 수의사를 강하게 힐란하다니! 까불다가 지 혼자 넘어져서 무릎이 깨진 아이가 부모를 향해 “아빠(엄마) 때문이야!”하며 엉엉 우는 경우가 뭐가 다른가 싶더라고요.
물론 정확한 배경을 모르기에 이런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긴 합니다. 수의사가 병원 매출을 늘리려고 안 해도 되는 입원을 권유하는 것 같아서 집에 데리고 갔을 수도 있으니까요. 또 아이가 병원 케이지에 갇혀 있는 게 안쓰러워서 집에서 편안하게 간호할 생각이었는지도 모르죠. 그렇다고 해도 자기 결정이 결과적으로 잘못이었음을 인정하기보다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아이의 ‘보호자’라면서요?
처음에 수의사가 강력하게 입원을 권유했으면 “돈 벌려고 별짓 다한다.”라고 겉으로든 속으로든 표현하지 않았을까요? 상황이 잘못 흘러가면 언제든지 ‘너 때문이야’라고 남탓을 하면 되니까, 참 편리하게 사는 삶인 것 같네요.
생물학적으로 어른이 된 사람이 자기 부모에게 “내가 공부 안 할 때 나를 때려서라도 공부시키지, 뭐 했냐!”라는 것과 비슷한 상황을 종종 접하는데, 본인이 어려서 ‘공부 안 하기로 결정’해놓고 이제와 부모를 탓하다니요. 그때 부모가 정말로 때려서라도 공부시켰으면 지금 형편이 나아졌을까요? 늘 남탓을 시전하니 지금 그런 상태에 머무는 것이죠. 나이 먹었다고 해서 다 어른은 아닙니다.
추신: 오늘 우리집 고양이 ‘연두’를 하늘나라로 보내주었습니다. 평평한 머리에 물건 올려놓기가 특기였던 연두. 구내염, 췌장염, 당뇨, 디스크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 13년을 잘 버텨냈습니다. 살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기 때문이죠. 고통없는 곳에서 연두가 뛰어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