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패널들이 질문을 던지면 A가 답변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포맷이었습니다. 제 흥미(?)를 끈 부분은 A가 답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누군가가 그에게 현재의 정치 상황이나 선거 전망을 질문할 때마다 A는 그 질문을 끝까지 듣는 법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마무리할 법한 질문을 끝까지 마무리하도록 놔두지 않더군요. ‘네가 무슨 질문을 할지 난 알아.’라는 듯이 상대가 “~에 대해서...”라고 말하면 바로 말을 낚아채서 자기 할말을 바로 질러버리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질문이야 끊어버릴 수 있다 치죠. 제가 불편함을 느끼기까지 한 그의 말하는 태도는 이랬습니다. 그는 상대의 말을 낚아채 대답을 할 때마다 ‘다 아는 것을 왜 물어? 그 딴 걸 왜 물어봐?’라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건 당연히 그렇지, 뭐. 꼭 해봐야 아나?”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해 그는 이런 모습으로 일관했습니다.
‘원로’라고 추켜세워주니 기고가 만장해진 걸까요? 질문하는 패널들을 하수를 대하듯 한없이 look-down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니 속으로 ‘그리 잘났으면 왜 본인의 정치 경력은 그러셔?’라고 조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치 지형을 잘 알고 통달한 분이 그런 멍청한 결정을 하셨어?’ 헛웃음이 났습니다. 이런 자를 원로로 대접해 초대하다니, 제작진도 참 딱했습니다.
‘고견은 무슨 얼어죽을 고견!’ 저는 듣기가 상당히 거북해서 중간쯤에서 꺼버렸습니다. 소통하는 법을 모르는 자가 아직 정치판에서 원로라는 견장을 차고 앉아서 한없이 하대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대화랍시고 비슷한 스타일로 일관했던 과거의 누군가가 오버랩됐기 때문이었습니다. 겸손은 1도 없던 그 사람.
‘군림하는 대화’ 스타일을 일관하는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되고, 유권자들은 그런 자에게 정치 행위를 허락해서도 안 된다는 걸 일깨워 준 A. 그를 다음 선거 때는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