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말로 오늘 일기의 서두를 열었냐면, 바로 어제(4월 17일) 다음과 같은 타이틀의 기사를 접했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 임원에게 주 6일 근무 권고"
말이 권고지, 사실상 의무라고 볼 수 있는, 그룹 차원의 명령이라고 볼 수 있는 조치입니다. 요즘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가중되는 위기 상황이 정말로 심각해서 그걸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 같은데, 저는 이 기사를 보고 '1시간 일찍 출근, 1시간 늦게 퇴근' 전략이 떠오르더군요.
물론 물리적으로 하루 더 일하도록 하면(임원에 한정해서) 위기감을 불어넣을 수 있고 해이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효과는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 내수기업에서도 언급되지 않을 조치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인 삼성에서 나왔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죠. 저도 깜짝 놀랐으니까요.
임원들만 하루 더 출근해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작금의 위기를 타개할 전략을 궁리해야 할까요? 혼자서? 아니면 다른 동료 임원들과 함께? 그리고 그 밑의 부장(혹은 팀장)들은 상사인 임원이 출근해 있는 토요일에는 무조건 전화 대기를 해야 할 겁니다. '이게 맞냐, 저게 맞냐?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냐?' 등을 물으로 수시로 전화가 올 테니까요(아니면 '심심하니까 나랑 밥이나 먹자'라고도 할 수 있겠죠).
하루 더 출근해서 사무실에 갇혀 있게 하지 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어디로든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등을 관찰하라고 하는 게 더 나은 방법 아닐까요? 그렇게 해야 위기 타개의 통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해법은 고객이 있는 현장에서 찾아야 하지, 사무실 PC에서 나오지 않으니까요.
위기의 질량이 워낙 크게 느껴지고 상황 변화도 긴박해서 '불 끄러 나오라'는 마음으로 전파한 조치라고 이해는 되지만,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지닌 조직이라면 이보다는 좀더 스마트한 행동 방침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에 이 글을 써 봅니다. 몇 주 안 되지만 삼성전자 주주라서 드리는 말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