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 두 번은 상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겠지만 그것이 지속되면 차츰 익숙해지면서 일상이 됩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크게 반항하면 상대방 때문이 아닌 분노가 상대방 때문에 발생한 분노로 전이되고 말죠. 그리고 “너 잘 만났다!”라는 심정으로 그에게 있는 분노, 없는 분노를 다 쏟아 붓는 과정에서 화는 자기증식을 합니다. 어느덧 성격은 괴목처럼 비뚤어진 모습으로 굳어지겠죠.
화는 화로 풀어서는 안 됩니다. 불 난 집에 불씨를 던져 넣는다고 불이 꺼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죠. 불은 물로 끄는 게 상식입니다. 틱낫한 스님의 말처럼, 화는 ‘자각(自覺)’이라는 물로 꺼뜨려야 하죠. 이것이 진정으로 화를 참는 방법입니다. 가슴 속에 분노가 일렁이면 그것에 일차적으로 반응하려는 본능에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화를 마치 내 것이 아닌 듯 바라봐야 합니다.
그런 다음, 나를 화내게 한 사람으로부터, 혹은 화가 발생한 물리적 장소에서 잠시 벗어나 사색에 잠겨 보세요. 깊은 숨을 쉬며 마음을 가다듬어 보세요. 화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화나게 한 사람(자신 또는 타인)이 지금 어떤 상태일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지금의 화가 어떻게 변할지 등을 제3자가 되어 찬찬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세요. 이렇게 자각의 냉각기를 거치면 전보다 화가 엷어진 게 느껴지고 자기 자신을 용서할 마음이 생겨날 겁니다.
화를 밥먹듯 내면 감정의 노예가 됩니다. 노예가 되면 자신의 삶을 노예의 삶 이상으로 결코 만들 수 없겠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자신이 화를 다루는 주인임을 자각해 보면 어떨까요? 분노가 내 감정의 주인 행세를 하도록 열쇠를 내어주면 안 됩니다. 자각이 화를 올바르게 푸는 방법이고 나를 화내게 만든 사람(자신 또는 타인)을 진정으로 용서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아요. 이렇게 말하는 저도 자각에 실패하는 때가 아주 많으니까요. 하지만 10번 분노를 폭발시킬 걸 서너 번으로 줄인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