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들이 오전 시간을 글 쓰는 데 할애하는데, 이를 보고 여러분은 ‘나도 그들처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전업작가입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니 아침에 글을 쓰고서 오후엔 낮잠을 즐길 수 있죠. 게다가 따지고 보면 대부분 나이가 많아 아침잠이 없는 분들이니 새벽부터 글을 쓰는 게 그들에겐 그리 힘든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 유명 작가나 여러분이 존경하는 작가들의 글쓰기 시간대를 곧이 곧대로 따를 필요는 없고 또 그래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각자에게 글쓰기의 최적 시간대는 '인터럽트'를 가장 덜 받는 시간대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럽트를 많이 받게 되는 시간대에 글을 쓴다면 ‘내가 글쓰기에 집중을 못하는구나. 난 글쓰는 데 젬병이야’라고 오해하거나 아예 글쓰기를 포기할 위험이 있죠. 전쟁에서 이기는 전략 중 으뜸은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조건에서 싸우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요? 마찬가지로 글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대에 글을 써야 글쓰기가 수월해지고 글쓰기의 두려움도 떨쳐 버릴 수 있습니다.
직장인이라서 낮에는 글 쓸 여유를 갖지 못한다면 저녁 먹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1~2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해 보세요. 이때가 방해를 가장 덜 받는 시간 아닙니까? 전화도 오지 않고 이웃의 예고없는 방문도 없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글쓰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일 겁니다.
이때 하루키의 방법을 따라해 보세요. 단 한 줄을 쓰더라도, 아니 그마저도 쓰지 못한다 하더라도 무조건 자신이 정한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하얀 화면이라도 바라보면 어떨까요? 핵심은 ‘이 시간에는 반드시 글을 쓴다’라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습관이 자리를 잡고 1~2시간 내에 1~2페이지를 꾸준히 써간다면 1년에 책 1권이 뚝딱 나옵니다. 침 쉽죠?
저는 글쓰기 스킬 자체보다 이렇게 최적의 글쓰기 시간대를 찾아 글쓰기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글을 못 쓰거나 쓸 말이 없어서 책을 못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쓸 여건을 만들거나 찾지 못해 글을 못 쓰는 것이죠.
글쓰기는 일종의 생산공정입니다. 제품을 생산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공장, 인력, 기술 등)이 많듯이 글쓰기 역시 그러합니다. 여러분에게 가장 적합한 글쓰기 시간대를 찾아내고 매일 그때가 되면 아무것이라도 써보는 습관을 들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