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경향이 존재합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칭찬하는 법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조직 내에서 권력의 핵심(이너서클)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칭찬에 인색하다는 것인데요, 이는 연구로 증명된 경향입니다.
연구자는 학술 논문 말미에 통상적으로 담기는 ‘감사의 말(Acknowledgements)’이란 섹션을 분석했는데요, 지위가 높은 저자(즉 정교수)가 지위가 낮은 저자(조교수급)에 비해 감사 표현을 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2,681명의 위키피디아(Wikipedia) 에디터들이 교환한 136,215개의 코멘트를 분석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위키피디아 생태계 내에서 상대적으로 레벨이 높은 편집자들이 페이지 편집 권한이 적은 편집자들에 비해 감사 표현을 덜 했으니까요.
실제 실험에서는 어땠을까요? 실험 조작을 통해 자신을 권력이 센 상사라고 여기는 참가자들은 그렇지 못한 참가자들에 비해 감사의 말을 덜 했다고 해요(3.98회 대 7.55회). 게다가 '권력자'들은 감사하는 마음을 상대적으로 덜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뭔가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감사 표현을 덜 하고 감사하는 마음도 덜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는 응당 그래도 되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권력자들의 머리에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도움을 주겠다 제안한다면 고맙기는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나는 도움 받거나 혜택을 받아도 되는 위치에 있어.”라는 ‘당연함’이 자리하고 있기에 남들이 열 번 할 칭찬을 대여섯 번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죠.
또한 권력자들은 이미 타인들과의 관계가 탄탄히 조성돼 있기에 관계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일 이유가 적습니다. 아쉬운 게 없다는 소리죠. 반면 권력이 적고 지위가 낮은 사람은 힘 있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동기가 작용하기에 대여섯 번 칭찬해도 충분할 일에 열 번, 스무 번씩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하죠. 감사할 일이 아닌데도, 또 미안해 할 일이 아닌데도 그리 합니다.
칭찬 문화가 조직에 뿌리를 내리려면 고위 리더가 행동으로서 직접 본을 보여야 합니다. “나는 그래도 돼”라는 마음을 버리고 “저 직원의 입장이 된다면 나는 어떤 칭찬의 말을 듣고 싶을까?”라는 역지사지의 관점을 가지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직원들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연봉을 받아 간다고 해서 그들의 노고와 고투, 분전 끝에 이뤄낸 성과를 ‘직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퉁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칭찬 잘하는 리더, 그로 인해 직원들의 성과를 높이고 싶은 리더라면, '난 그래도 돼'라는 계급장부터 떼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Anicich, E. M., Lee, A. J., & Liu, S. (2021). Thanks, but No Thanks: Unpacking the Relationship Between Relative Power and Gratitud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01461672211025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