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자이자 동료 교수인 리처드 테일러와 공동작업을 하기로 했죠. 그리고 1년 여가 지난 1994년 9월 19일 월요일 아침, 마침내 그는 증명을 완료합니다. 와일즈는 1908년에 볼프 스켈이라는 사업가가 2007년 9월 13일을 기한으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자에게 수여하기로 약속한 10만 마르크(약 20억원)의 상금을 수여했습니다.
엔드루 와일즈의 업적은 분명 놀랍고 위대합니다. 하지만 동료의 도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가 연구 시작 6년차에 이르러 비로소 증명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던 계기는 동료인 닉 카츠 교수의 도움으로 '수론기하학'을 증명에 활용하면서부터였습니다.
또한 증명에 오류가 발견되어 인생 최대의 위기에 빠졌을 때 동료인 리처드 테일러 교수와의 공동작업이 큰 힘이 됐다고 합니다. 와일즈는 테일러로부터 격려와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 받으면서 언론와 주변 사람들의 비판을 견딜 수 있었고 기존 아이디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 테일러가 틀을 깨주지 않았다면 증명의 오류는 풀리기 어려웠을 겁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과학자와 발명가들 대부분은 외로운 천재가 아니었습니다. 심리학자 키스 사이먼턴(Keith Simonton)이 2,026명의 과학자와 발명가들의 경력을 조사해 보니, 그들에게는 사심 없는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고 때로는 문제를 제기해주는 친구들이 있었다고 해요. 만일 그들에게 친구라는 '틀 파괴자'와 '증폭제'가 없었다면 창조적인 발상과 노력이 현실화되기 힘들었을 겁니다.
우리는 종종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면서 유쾌한 농담을 주고 받습니다. 그러면서 삶의 고독과 고단함을 친구들로부터 위안 받죠.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친구들 앞에서는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의미있는 만남입니다. 하지만 '술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왠지 모를 허전함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술친구들과의 행동과 대화는 판에 박혀 있고 너무 뻔하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단체로 모여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좋은 친구 관계란 공동으로 추구할 수 있는 도전적인 목표를 함께 갖는 것"이라고 덧붙이죠. 진정한 친구는 껍질 속에서 안전하게 머물려는 '나'의 프레임을 깨뜨려 주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여러분에겐 얼마나 많은 친구가 있습니까? 친구가 많다고 좋아할 일도, 친구가 적다고 슬퍼할 일도 아닙니다. 나의 틀을 깨주는 친구 한 사람이면 족합니다. 그와 함께 함으로써 나의 세계를 넓혀 성장할 수 있다면 단 한 사람의 친구라도 소중합니다. 여러분에겐 그런 친구가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