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좋다”라는 문화, 다시 말해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화합을 도모하는 게 낫다, 주변인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화 때문에 그의 양심적 경고는 철저히 묵살되고 말았습니다. 경고를 묵살했으니 그가 제시한 안전조치 역시 무시했겠지요.
물론 2000년에 도쿄 전력은 자체 조사 보고서를 통해 쓰나미의 발생 가능성, 쓰나미의 위험성을 언급하긴 했어요.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은 보고서로만 끝났습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애써 대비했다가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괜히 돈과 시간을 낭비했다고 비난 받기 딱 좋지 않겠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구성원의 의견을 간섭이나 방해로 치부했다는 데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참사 후의 복구비용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인 560억원을 들여서 방파제 시설을 강화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습니다.
작금의 의료대란이 벌어지기 전,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여 고언했을 테죠. 최소한의 '지적능력'이 있다면 한 사람쯤은 그랬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그리고 그의 의견은 의료혁신이라는 미명 하에 철저히 묵살됐을 테고, 그는 지금 다른 곳에 있을지 모릅니다. 의료대란은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시나리오로 대비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역시나 인재(人災)입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인재는 '입틀막'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요?
(덧붙이는글)
'응급실 뺑뺑이'가 조금은 저와 먼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며칠 전에 지인이 당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