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옵션을 제시할 때 사람들은 무엇을 더 선호할까요?
(1) 바로 돈을 받되 100을 받는다.
(2) 3개월 기다렸다가 101을 받는다.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연 이자율 4%에 해당하는 (2)번을 선택해야겠지만, 80%가 넘는 사람들이 (1)번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받아야 할 빚을 빨리 정산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겠죠.
이번엔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돈을 갚아야 하는 입장에서 판단해 보세요. 다음 두 옵션 중에 무엇을 택하겠습니까?
(1) 바로 돈을 갚되 101을 납입한다.
(2) 3개월 기다렸다가 100을 납입한다.
아마 이번에는 (1)번을 택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3개월만 기다리면 102가 아니라 100만 납입해도 되는데 빚을 없애고 싶다는 열망이 훨씬 크기 때문에 1을 기꺼이 더 내려고 합니다. "1 정도는 더 내도 돼. 빚 부담에서 깔끔하게 벗어날 수 있다면 말야."라고 합리화하면서 말이죠. 그만큼 빚 갚기라는 '완료되지 않은 목표'는 커다란 정신적 부담을 안기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빚을 갚는 게 유리함에도 빚을 빨리 갚으려는 까닭은 어쩌면 목표를 빨리 달성하려는 욕구 때문일지 모릅니다. '내가 빚 갚기라는 목표를 드디어 완료했구나'라는 뿌듯함을 느끼려는 심리적 욕구가 '내가 경제적으로 빚을 갚아왔구나'라는 합리성을 앞서는 것이죠.
이해하기 쉽도록 빚 갚기를 소재로 글을 썼는데요, 빚 갚기는 '없애거나 줄여야 하는 목표'를 대표합니다. 이런 식의 목표가 그저 '완료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빨리 완수하려는 오류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목표를 완수하는 데 올-인하는 것보다 그 힘을 다른 것에 쏟으면 삶 전체로 볼 때 지금보다 더 플러스이지 않을까, 한번 성찰해 보라는 의미입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찾으려는 욕구가 합리적 판단을 저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참고논문
Roberts, A. R., Imas, A., & Fishbach, A. (2023). Can’t wait to pay: The desire for goal closure increases impatience for cos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