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자율주행 자동차와 '친환경'을 연결시키는 것 같은데요, 컴퓨터가 급가속이나 급제동 없이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최적의 경로를 찾아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 듯 합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연관이 적습니다. 아니, '부정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해야 맞을 겁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흔해진다고 해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뿐이지 전혀 환경 개선에 기여하지 못합니다.
이건 제 생각이 아니라, MIT의 최근 연구 결과로 밝혀진 바입니다. 자율주행차에는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온보드 컴퓨터가 있는데요, 이것이 사용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다면, 0.14 기가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발생시킨다네요. 아르헨티나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죠.
게다가 자율주행차가 일상화되면 사람들은 도로에 자동차를 더 많이 끌고 나올 겁니다. 전에는 운전이 힘들고 귀찮아서 안 끌고 나오던 이들이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먼 곳으로 자동차 여행을 가려는 사람도 많아지겠죠. 이건 그냥 추측이 아닙니다. 일례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장착된 테슬라 자동차 소유주들이 다른 이들보다 1년에 5,000마일 가량 더 운전한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연히 더 많은 화석연료를 태워야겠죠. 전기차라 해도 마찬가지에요. 그 전기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니까요.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들지 않습니까? 결국 자율주행차로 인해 환경은 더 나빠지겠죠. 자율주행차는 친환경적이라기보다 '반환경적'입니다.
자율주행차를 타지 말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자율주행차가 친환경적이 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그리고 우리가 막연하게 가진 믿음(자율주행차 = 친환경)이 과연 맞는지 늘 검증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 사례를 말씀 드립니다. 근거없는 믿음으로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태도가 님의 전략적 사고력을 높일 겁니다.
[참고논문]
Sudhakar, S., Sze, V., & Karaman, S. (2022). Data Centers on Wheels: Emissions From Computing Onboard Autonomous Vehicles. IEEE Micro, 43(1), 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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