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실 영국 본사에서 킷캣을 브랜딩할 때는 합격이나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어요. 발매 초기부터 계속해서 '이 과자를 드시면서 잠시나마 쉬세요.'라는 휴식의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줄곧 전달하는 데 매진했으니까요. 그런데 일본에서 전혀 다른 메시지로 과자가 인식되기 시작하니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일본인들은 킷캣과 휴식을 전혀 연결시키지 않았으니까요(우리나라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였을 듯).
하지만 브랜드 관리에 엄격한 네슬레는 일본만의 마케팅 메시지를 허락할 수 없었어요. 그들의 머리로는 킷캣에서 시험 합격을 연상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 일본 지사에서 머리를 써서 우회적으로 브랜딩을 실험합니다. 그들은 합격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제품 겉면에 '벚꽃'을 그려넣고 '반드시 벚꽃이 필 거야'라는 문구를 삽입했죠. 이 문구는 일본에서 '반드시 합격할 거야'라는 의미의 관용어이기에 네슬레의 브랜딩 원칙을 위배하지 않으면서도 일본 소비자들에게 킷캣은 곧 합격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죠.
이렇게 일본에서 리브랜딩된 킷캣의 판매량은 전국적으로 급증했고 수험생들 사이에서 합격을 기원하는 '부적'의 의미로 제품이 사용됐습니다. 어떤 분들은 "킷캣이 원래 영국 것이었어? 일본 것 아니었어?"라고 의아해 할지 모르겠는데요, 바로 일본에서 엄청나게 팔리기 시작한 킷캣이 엄청나게 다양한 맛으로 전 세계로 출시되기 때문일 겁니다. 말차 맛, 버터맛, 치즈 맛도 있고 심지어 간장 맛, 와사비 맛, 목캔디 맛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킷캣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제품 자체의 우수함도 중요하지만 그 제품에 어떤 메시지가 더해지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휴식을 강조하는 킷캣과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의 킷캣은 물리적으로 동일한 과자이지만,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은 과자 이전에 그 과자가 담고 있는 특별한 메시지입니다.
'나'라는 상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능력을 어떤 메시지 위에 '태우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러스트레이션이 뛰어나다면 그 실력을 포트폴리오로 쭉 나열하기보다 어떤 철학과 어떤 메시지로 작업을 이어가는가를 강조해야 합니다. 물론 그 메시지가 고객으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죠. "저는 사람들 각자가 보물처럼 간지하는 삶의 의미를 그림으로 표현합니다."라고 말입니다.
리브랜딩은 메시지 전환(피봇, pivot)입니다. 여러분 자신을 하나의 '킷캣'으로 가정하고 어떤 메시지로 지금까지 여러분 본인을 '팔았는지' 뒤돌아 보세요. 그리고 어떤 메시지를 새로 발신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