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나'는 우습게도 '시인'이고 싶었습니다. 한밤에 대학교 기숙사 방에 앉아서 일기 쓰듯 매일 시를 썼지요. 유치하기 그지없지만, 시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의 글이지만, 실연과 궁핍과 고립의 시기를 이겨내기 위한 나름의 방편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오래 전에 시집을 냈습니다. <때론 반쯤 감은 눈으로>라는 시집인데, 검색해 보면 교보문고에서 이북으로 볼 수 있죠(사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봄을 맞아 그 시집에 담았던 '봄이 돌아서 온다'라는 시를 전해 드리며 이번 주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손발 오글거림증을 유발시켜서 죄송한 마음입니다만....어쩌겠습니까? 봄이니까 용서해 주셔야죠.
부디, 좋은 봄 되세요.
봄이 돌아서 온다
손을 뻗어 바람을 잡았다
바람 뒤에 숨어서
봄이 돌아서 온다
겨우 살아 있는 것들이
얼은 땅 떠 밀며
낮은 숨결 틔우듯
접은 날개 펴며
하늘 한번 우러르듯
힘겨운 시간 내다 풀고
섬 너머로 해 올리듯
아이가 섬 사이로 헤엄쳐 오듯
봄이 그렇게 온다
가난한 폐를 열고
숲이 일어서고
산 것들이 우렁우렁 떠든다
너의 그늘을 흔들고
물가로
언덕 아래로
싱긋 바람이 고인다
나의 지금과 너의 어제 너머로
봄은 돌아서
가만 돌아서
내게로 온다
- 1999년 봄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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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제게 "쓰신 책 중에 '역작'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더군요. 저는 서슴없이 <나의 첫 경영어 수업>이라 답했습니다. <착각하는 CEO>란 책이 저의 베스트셀러이긴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저의 대표작이라 칭하고 싶답니다.
이 책을 통해 미션, 조직문화, 차별화, 평가, 성과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영어'의 뜻을 새롭고 참신하게 정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언제 읽어도 좋을 '경영의 기본 텍스트'를 목표로 한 책입니다. 제목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데요, 신입사원이 아니라 관리자와 경영자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