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목표 이탈'에서 그치면 안 된다는 게 리델의 연구가 주는, 보다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진정한 긍정적 변화는 '목표 재관여(Goal Re-engagement)'가 일어날 때 발생한다고 리델은 강조합니다. 즉, 안 되는 목표를 버리되(Disengagement), 내 상황에 맞는 새로운 목표로 갈아타야(Re-engagement) 비로소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죠,
아마 여러분 주변에는 몇 년째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이나 승진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이들이 한두 명은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 포기를 슬쩍 권하면 "지금까지 투자한 게 얼만데, 아까워서라도 그만둘 수 없다"는 말이 돌아오지 않던가요? 전형적인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에 빠졌다는 뜻입니다.
누군가가 '안 되는 목표를 미련스럽게 붙잡고 있다'면 그에게 이런 조언을 하면 어떨까요?(물론 그 사람이 조언을 구할 때만)
- 인정하기(Disengagement): "이 목표는 '현재의 나'에게 맞지 않거나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멈추세요. 인정하는 것은 실패 선언이 아니라, 손절매(Stop-loss)로 당신의 자산을 보호하는 길입니다 당신의 멘탈은 소중한 자산이니까요."
- 대안 찾기(Re-engagement): "하지만 그 목표에 쏟았던 에너지를 바로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합니다. 승진이 막혔다면 사내 이동을 노리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것, 자격증 취득이 어렵다면 실무 경험을 쌓는 프로젝트에 지원하면 어떨까요?"
무조건적인 끈기는 때로 독이 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 포기해야 할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입니다. 꽉 쥐고 있던 낡은 밧줄을 놓아야 새로운 동아줄을 잡을 수 있죠.
지금이 11월 말이니 여러분이 신년에 세웠던 목표들 중에 아무런 진전이 없지만 스트레스만 주는 항목이 하나 이상은 있을 겁니다. 그걸 과감히 삭제하고 당장 실행 가능한 작고 새로운 목표로 전환하세요. 여러분의 뇌를 짓누르던 압박감이 해방감과 의욕으로 바뀔 겁니다. 현명한 포기가 맹목적인 끈기보다 낫다는 것을 체감해 보세요. (끝)
*참고논문
Riddell, H., Sedikides, C., Sivaramakrishnan, H., Wan, P., Maltagliati, S., Jackson, B., ... & Ntoumanis, N. (2025). A meta-analytic review and conceptual model of the antecedents and outcomes of goal adjustment in response to striving difficulties. Nature Human Behaviour,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