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을 ‘contraction’, 즉 위축이라고 부릅니다. 다리를 다친 사람은 완쾌된 후에도 다친 다리를 보호하며 걷는 것이 바로 위축인데요, 조직에서 한번 호되게 데인 직원은 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본인이 기여하는 범위를 크게 위축시킵니다.
문제는 리더가 위축을 ‘의욕 부족’으로 해석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포상제도를 만들고, 직원 몰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좀 더 주도적으로 일해 달라”고 요구하죠. 하지만 이미 자기보호 모드에 들어간 직원에게 필요한 것은 동기부여가 아닙니다. '본인이 다시 주도적으로 일해도 안전하다'는 증거입니다.
직원이 위축되는 계기는 의외로 사소합니다. 회의에서 의견을 냈다가 공개적으로 면박을 당했거나, 새로운 일을 맡았다가 실패 책임을 혼자 뒤집어썼을 수 있죠. 자신의 아이디어를 상사가 가로챘을 수도 있고, 조직이 개편되면서 그간 애써 쌓은 성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직원들은 영리하게 적응합니다. 회의에서는 평범한 의견을 말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죠. 새로운 일을 자청하지 않고, 자신의 직무 범위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왜 예전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나?”라고 묻지 말아야 합니다. 대신 이렇게 질문해야 하죠. “마지막으로 열심히 일을 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직원의 현재 태도를 문제 삼지 말고 그 태도를 만들어낸 과거의 경험을 청취해야 합니다.
둘째, 위험을 감수한 사람을 보호해야 합니다. 직원에게 도전하라고 말하면서 실패했을 때 직원 혼자 책임지게 한다면 아무도 두 번째 도전을 하지 않겠죠. 특히 상사는 자신이 승인한 일이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직원을 보호해야 합니다.
셋째, 직원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그것을 귀찮아하지 말아야 합니다. 안전감이 회복된 직원이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은 생산성 향상이 아닙니다.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많이 내거나, 엉성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질문을 많이 하게 되죠. 이런 모습을 회복의 신호로 받아야 들여야 하죠. 귀찮아 하면 그 직원은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갑니다.
직원들은 회사가 원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살아남는 데 유리하다고 학습한 행동을 하기 마련입니다. 고성과자의 위축은 게으름이 아니라 조직이 남긴 상처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