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A라면 어떤 감정이 생길까요? 친구는 “난 괜찮은데.”란 한마디를 내뱉으며 문제 해결이 끝났음을 가볍게 선언해 버렸습니다. 비록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친구가 ‘네가 더운 건 더운 거고 나는 괜찮으니 나 보고 어쩌라고. 네가 더운 건 내 문제가 아니야.’라는 뜻을 전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까요?
서로 가까운 친구 사이라면 윽박을 지르거나 리모콘을 빼앗아 직접 스위치를 누르면 됩니다. 하지만 그저 알고 지내는 정도라서 내 마음대로 에어컨을 만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안함을 느끼면서도 땀이 삐질삐질 나는 방에서 그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그는 괜찮기' 때문입니다.
너무 어둡지 않아요?, 난 괜찮은데. / 볼륨이 좀 작아요. 난 괜찮은데. / 배고파요. 난 괜찮은데. / 그 일은 어려워요. 난 괜찮은데. / 멀미가 나요. 난 괜찮은데. / 재미없지 않나요? 난 괜찮은데. / 맛 없어요. 난 괜찮은데… 이런 대화를 오늘도 한번쯤 하지 않았나요?
‘난 괜찮은데’의 직장 버전도 여럿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회식이 너무 많습니다. 난 괜찮은데. / 김대리는 요즘 이러저러해서 타인에게 불편을 주고 있습니다. 난 괜찮은데. / 이 보고서를 이렇게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난 괜찮은데. / 우리팀의 분위기가 요즘 좋지 않습니다. 난 괜찮은데. / 이런 회의는 무의미합니다. 난 괜찮은데….
이와 같이, 직원의 문제 제기를 ‘난 괜찮다’는 말 한마디로 단번에 해결해 버리는 상사의 신공을 경험하지 않았나요?
‘난 괜찮은데.’가 어떤 이유로 입밖으로 튀어나오든 간에, 버려야 할 말버릇인 건 확실합니다. 제기된 문제가 크건 작건, 상대방의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기 때문이죠. 더운데도 에어컨 안 틀어준 친구에게 빈정이 상해서 수십년의 우정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고, 맛없는 음식을 혼자만 맛있게 먹어치우는 남자친구를 보고나서 있는 정 없는 정이 다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방이 너무 덥지 않아?”라는 말은 “너무 덥다. 좀 시원하게 좀 해줘.”란 뜻이기에 “그래? 집에 있어서 더운지 몰랐어. 에어컨 틀어줄게.”라고 하면 됩니다. 여친이 음식이 맛없다고 말하면 “그래? 어떤데?”라고 물은 다음 “다음에 맛있는 걸 먹도록 하자.”라고 하면 됩니다.
동료간, 상하간 소통을 막는 수많은 이유 중에는 이렇듯 사소한 말버릇(“난 괜찮은데.”)이 있습니다. 직원들은 어떤 문제를 제기하든 ‘난 괜찮은데’라고 대꾸하는 상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회식이 너무 많아요.”란 소리를 들으면 “난 괜찮은데.”라고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자신의 입을 막고서 “왜 그렇게 생각하지?”라고 물으면 됩니다.
물론 무조건 직원의 요구를 들어주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 이유를 충분히 들은 다음 가타부타 본인 생각을 말해야 한다는 뜻이죠. ‘난 괜찮은데’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는 금요일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