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더니, 19달러나 21달러를 제시했을 때보다 끝자리가 0으로 끝나는 ‘20달러’를 제안 받았을 때 참가자들은 깎아 달라고 더 많이 역제안을 했습니다. 뒤이어 실시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커피 자판기 가격으로 9, 10, 11달러를 제시했더니 참가자들은 9달러나 11달러일 때보다 10달러를 제안 받았을 때 더 깎아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실험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은 ‘정확한 숫자’가 뭉뚱그린 숫자에 비해 강력한 심리적 ‘닻’을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닻 효과(Anchor Effect)’란 처음 제시된 수치에서 사람들의 사고가 멀리 달아나지 못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인데요, 끝자리까지 자세한 숫자(가능하면 소수점 아래자리도 명시된 숫자)의 닻 효과가 훨씬 크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뭉뚱그린 숫자가 상대적으로 가격 조정을 크게 받을까요? 추측하건대 숫자가 구체적이지 않으면(예를 들어 3,000만원), 금액을 제안 받은 사람은 제안자가 원래의 값(이를테면 2,786만원)을 그저 끌어 올렸거나 정보를 숨긴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희망연봉을 제시할 경우에는 4,500만원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4,450만원이라고 말해야 좋을 겁니다. 밑져야 본전이니 뭉뚱그린 숫자보다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기 바랍니다. 이 글을 읽고 높은 연봉으로 계약을 하게 됐다면, 저에게 커피 한 잔 사시고요.
*참고논문
Mason, M. F., Lee, A. J., Wiley, E. A., & Ames, D. R. (2013). Precise offers are potent anchors: Conciliatory counteroffers and attributions of knowledge in negotiation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9(4), 759-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