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 대학의 제시 챈들러(Jesse J. Chandler)와 에밀리 프로닌(Emily Pronin)는 사람들이 생각의 속도를 빠르게 하도록 요구 받는 상황에 처하면 리스크 수용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규명했습니다.
그들은 컴퓨터 스크린 상에 "가스 스토브 위에 불씨가 계속 타오르고 있다."와 같은 문장이 빠르게 흘러가도록 하고 참가자들에 크게 소리를 내어 따라 읽으라고 요청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문장을 느리게 보여주면서 따라 읽으라고 지시했죠. 여러 문장을 읽은 다음, 참가자들은 '풍선에 바람 넣기'라는 컴퓨터 게임에 임했습니다. 화면의 풍선을 여러 번 클릭하여 부풀어 오르도록 만드는 게임이었는데 과도하게 클릭하면 풍선이 터져 버려서 풍선 하나에 5센트씩 설정된 상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게임 결과, 문장을 빠르게 읽은 참가자들이 느리게 읽은 참가자들보다 풍선을 더 많이 터뜨렸고 평균 클릭수도 더 많았습니다(26.6회 대 20.6회). 빠르게 문장을 읽다보니 생각의 속도가 빨라졌고 그 때문에 좀더 리스크가 큰 행동을 보였다는 의미였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길들여질수록 리스크가 큰 행동을 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음을 규명한 이 연구는 조직 구성원들의 행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변화, 정부 정책의 변화, 경쟁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등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박하게 변할수록 직원들은 좀더 빠른 사고와 빠른 행동을 요구 받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구성원들이 찬찬히 앉아 상황을 숙고하거나 자료를 충분히 살필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이 실험의 결과로 새길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경쟁 마인드를 고양하고 일하는 속도를 높여 빠르게 변하는 환경을 대처하겠다는 의도가 지나치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고 실패할 경우 손실이 큰 프로젝트를 선택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경계해야 하겠죠.
상황 변화에 부화뇌동하려는 심리를 누르고 차분한 시선으로 환경을 조망하고 불확실성을 찾아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복잡하고 돈 많이 드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효과적일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의 생각 속도가 빨라지고 급박해진다고 느껴진다면, 자리에서 일어나 10분 정도 산책이라도 해야 합니다. 불필요하게 발생시킨 리스크가 언젠가 우리의 목을 죄어오지 못하도록 만들려면 말입니다.
생각의 속도를 늦추세요.
[참고논문]
Chandler, J. J., & Pronin, E. (2012). Fast thought speed induces risk taking. Psychological Science, 23(4), 370-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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