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차를 운전하며 평소 애청하는 <세상의 모든 음악, 전기현입니다>란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방송 중에 MC는 “사람을 믿지 말고 돈을 믿으라”는 말의 의미를 소개했다. 언뜻 들으면 황금만능주의와 배금주의를 숭상하거나 미화하는 문장으로 들리지만, 그 의미는 상당히 심오했다.
이 문장의 본뜻은 “그 사람이 어디에 돈을 쓰는가를 보라.”는 것이다. 풀어 말하면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보다는 어디에 돈을 얼마나 쓰는가가 그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려 준다’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마음이 가는 곳에 돈도 함께 따라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기에 돈의 지출처를 통해 우리는 타인이 지금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방송에서 MC는 말했다. “무엇을 먹었는지 알려주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알려 주겠다는 말이 있듯이, 영수증을 가져오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알려주겠다는 말도 가능하겠죠.”라고.
“사람을 믿지 말고 돈을 믿으라.”는 말은 상대방의 말과 돈의 용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내 자신의 계발을 위해 많은 돈을 씁니다.”라고 말한다 해도 그의 한 달간 지출 내역에 도서 구입 건이 전무하다면,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그가 중요시하는 자기 계발의 수단이 나와는 다를 수 있다고 간주해 볼 일이다. 혹은 자기 계발의 욕망은 있으나 그보다 더 큰 욕망에 의해 억압 받거나 유보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는 음악 듣기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요즘 헤드폰을 여러 개 구입하시던데요?”
“좋은 음악을 좀더 잘 듣기 위해서죠.”
“보니까 음악을 별로 안 들으시던데?”
“아, 그건…”
“음악보다 장비에 꽂히셨군요?”
이렇게 누군가의 지출 내역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며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나와 어울릴 가능성이 충분한 사람인지 등을 꽤나 정확하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지출 내역은 ‘프로파일링’의 최고 원천이다.
어디에 돈 쓰는 것이 아깝나요?
물론 지출 내역은 개인 정보라서 취득하기 어렵거니와 의도적으로 취득하려는 행위는 범죄에 가깝기에 추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 사람의 행동이나 반응을 보면 어느 쪽에 돈을 많이 쓰고 적게 쓰는지 대략 판단할 수 있는데, 그보다는 ‘어디에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 하고, 또 아까워 하지 않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이 더 가치 있는 정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