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단문으로 질문하는 사람들이 눈에 띨 때마다 저는 아예 대꾸를 하지 않았습니다. 속으로 '알아서 하세요. 잘 됐으면 좋겠네요.'라고 무시해 버리곤 했죠. 하지만 이번에는 왠일인지 묻고 싶어졌습니다. 경영일기의 소재가 되겠다 싶기도 했죠. 아래는 저와 그 사람 간의 댓글을 대화식으로 편집한 것입니다. (누구인지 밝혀질수 있기에 실제 내용을 각색하고 축약했습니다)
나 : 상세하게 증상을 말씀해 주셔야 정확한 조언이 가능해요.
그 : (질문했던 걸 반복하며) OOO가 작동 안 합니다.
나 : 그러니까 작동 안 하는 원인을 알려면 자세히 설명하셔야 알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오디오 시스템을 어떻게 연결했는지 알려주세요.
그 : BBB를 연결했습니다. CCC도 해 봤고요 DDD는 이상 없습니다.
나 : (짜증이 나서) 그거 말고, 소스기기, 앰프, 스피커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했는지 알려 달라고요.
그 : 정상적으로 연결했습니다.
나 : 그렇군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회원분들께 토스합니다.
여기까지 댓글을 주고 받다가 저는 모니터를 향해 "그럼, 알아서 하셔."라고 던지듯 말하고 그 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분명 현재의 연결 상태와 증상을 설명해 달라고 했음에도 그는 마이동풍 같았거든요. 옆에 앉아 함께 오디오 시스템을 들여다 봐도 쉽지 않을 원인 파악을 사진 한 장 달랑 보여주고 질문 하나 달랑 던져 놓고 기대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심보일까 싶었습니다.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질문하고자 한다면 먼저 자기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게 기본적인 '질문의 예의'가 아닐까요? 상대방이 신이 아닌데 짧은 질문 툭 던져 놓고 답을 알려달라니요? 이 무슨 '순진무구한 똥꼬 배짱'일까 싶은 사람들을 여러분도 분명 경험했을 겁니다. 질문할 줄 전혀 모르는 사람들 말이죠.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gage Out)'이란 말은 질문의 태도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매번 이런 식으로 냇물에 돌 하나 던지듯 질문을 '배설'하면 영양가가 전혀 없고 성의조차 없는 답만 돌아올 뿐입니다. 욕 먹기 일쑤일 테고 같이 일하기 싫은 사람으로 찍히겠죠. 쫓겨나거나 얻어맞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그러니 살면서 뭘 배우겠습니까? 어떻게 성장하겠습니까?
저는 자기성찰이란 말을 '자신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고 좋은 답을 얻는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남에게 질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가 자신에게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요? 그저 '난 왜 이러지?', '왜 세상은 나에게 이렇게 비협조적이야?'라는 하나마나한 질문만 하염없이 배설할 뿐이겠죠. 자기성찰은 언감생심, 명쾌하고 효과 있는 답을 구할 턱이 없습니다. 그러니 살면서 뭘 깨닫겠습니까? 어떻게 의미있는 삶을 찾아 가겠습니까?
나쁜 질문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남들보다 덜 배우고 덜 성장하며 덜 깨우치고 덜 의미있는 삶을 살 테니까요. 남들보다 늦게 배우고 늦게 성장하며 늦게 깨우치고 늦게 삶의 의미를 찾을 테니까요.
그러니 누군가에게 질문 거리가 생기면 질문의 경중과 상관없이 그 즉시 질문을 마구 던지지 마세요.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이 여러분의 문제를 '내 문제'처럼 인식할지 고민하세요. 천천히, 상세히, 조리 있게 던지는 좋은 질문들이 쌓여 여러분의 삶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