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누가 자기객관화를 잘 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소유물과 자기 자신을 얼마나 동일시하는가'의 여부로 자기객관화 여부를 판단합니다(여기서 소유물이란 물건뿐만 아니라 출신 학교, 지역, 직업, 취미 등을 모두 일컫는 말입니다). 저에게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셈인데요, 누군가가 "A라는 물건은 이런저런 면에서 볼 때 문제가 많다"라고 (근거를 가지고) 비판했다고 칩시다. 이때 A를 가지고 있는 자가 '어라? 감히 A를 욕해?'라고 욱하면서 비판자와 언쟁을 벌인다면 저는 그가 이기심에 눈멀어 자기객관화를 잘하지 못하는 자로 판단합니다.
소유물에 대한 비판과 자신을 향한 공격은 엄연히 구분해야 합니다. 까놓고 말해, A를 만든 회사 사람도 아니거니와 그 회사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것도 아닌데 왜 A를 지적하는 것에 발끈하는 걸까요? 누군가가 A의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면 "내가 가진 A가 이렇게 문제가 있단 말이야? 그렇다면 그 회사에게 해명이나 배상을 요구하겠어."라고 해야 옳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그 회사에게서 뭔가라도 얻어내지 않겠습니까?
물론 자기 소유물을 비판 당하면 기분이 좋을 리는 없습니다. A를 구매하기로 했던 당시의 결정이 부정 당하고 폄훼된다고 보기 때문이죠. 저도 그렇습니다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입니다. A를 만든 회사를 함께 욕하는 게 먼저지, A를 비판한 사람을 욕하다니요? 게다가 엉뚱하게도 그 회사를 적극 옹호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평생 A만 사용하시려고요? 에이, 다른 걸로 곧 갈아타실 거면서.
여러분이 가장 아끼는 물건을 누군가가 비판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그가 기분 내키는 대로 뇌까린다면 "그래, 네 말이 맞다."라고 맞장구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됩니다. 바보들과 싸우지 않는 것이 행복의 길이니까요. 그가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비판한다면요? 자기객관화를 잘하고 자기성찰을 잘하는 이는 절대 열불 내지 않습니다. "듣고 보니 네 말이 맞네."라고 동의하고서 그걸 판매한 회사에게 따질지, 팔아치우거나 버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소유할지 결정하죠.
말은 쉬운데, 자기객관화를 잘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과거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발발하며 디젤 자동차의 '거짓 환경친화성'이 엄청난 사회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때 제법 많은 디젤 자동차 소유주들은 여러 매체나 커뮤니티를 통해 '디젤 자동차를 욕하지 말라'는 식으로 반응하더군요. 누가 본인들을 욕한 것처럼 격분해서 말이죠.
민감한 사안이라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으나, 최근 전기차 화재로 지하 주차장이 쑥대밭이 된 사건으로 전기차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강해지자 이와 비슷한 현상이 종종 눈에 띱니다. 전기차의 위험성이 문제지, 전기차를 소유한 게 문제가 아님을 왜 모를까요? 전기차 메이커들과 싸워야 하지, 왜 전기차 위험성을 지적한 자들과 싸웁니까? 우리에겐 자기객관화가 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