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의 납득 가능성을 높이려면 둘 중 어떤 방식을 채택해야 할까요? 답하기가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다행히 최근에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주리 대학교의 김준용 교수가 에밀리 지텍(Emily Zitek)과 함께 한 연구가 바로 그것인데요, 두 사람은 1,600여명을 대상으로 가상 조건 하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피평가자의 입장이 되어 가상의 상사로부터 평가 피드백을 받았는데요, 1그룹은 수치 피드백을 받았고, 2그룹은 내러티브 피드백을, 3그룹은 둘을 섞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랬더니, 내러티브 피드백을 받은 2그룹이 평가의 공정성을 가장 높게 평가했고, 수치 피드백을 받은 1그룹이 그 공정성을 가장 낮게 평가했습니다. 내러티브 피드백을 받은 참가자들은 피드백 내용을 가장 잘 이해했고 상사에게 감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의 업무 전체를 잘 반영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강점이 무엇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균형있게 제시되었다고도 평했죠.
내러티브 피드백의 장점은 이것만이 아니었어요. 2그룹 참가자들은 성과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많은 영감과 동기를 얻었다고도 답했습니다. 반면, 수치로만 피드백 받은 참가자들은 상사가 자신들의 단점과 부정적인 측면만 꼬집는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해요. 강점은 상대적으로 무시되는 것 같다고도 답했습니다. 그러니 개선하려는 의지와 동기가 약할 수밖에 없었죠.
납득 가능성 측면에서 내러티브 피드백이 수치 피드백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은 여러분이 평가 결과를 피드백 받는 직원의 입장이라면 당연한 것입니다. 수치나 등급만 나타나 있는 결과표를 보고 무슨 '감동'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이거, 상사가 나를 제대로 평가한 것 맞아?'라는 의심만 들겠죠.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평가 계량화'에 지나치게 목을 매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조직의 지적능력에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평가의 납득성, 공정성, 직원들의 성과 개선 동기, 상사와 직원들 간의 신뢰를 높이고자 한다면, 아니 적어도 지금보다 나쁘게 만들지 않으려면 상사가 진정으로 직원들의 성과와 역량 향상에 애를 쓰고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건조하고 딱딱한 수치 뒤에 숨지 말고, 직원 하나하나에 관해 열심히 글을 쓰세요. 그게 평가자로서 상사에게 꼭 필요한 의무입니다. 만약 이 의무가 매우 버겁다면, 안 하셔도 좋습니다. 평가자란 위치에서 내려오면 되니까요.
*참고논문
Kim, J., Zitek, E. M., & Stroup, C. M. (2024). The power of words: Employee responses to numerical vs. narrative performance feedback. Academy of Management Discoveries, (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