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알록달록 총천연색으로 장식된 문서였습니다. 내용은 없고 색깔이 문서를 압도하고 있었죠. 문서의 모양새는 차치하더라도 숫자들이 서로 맞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급하게 한 티가 팍팍 났는데요, 화가 난 저는 A에게 그간 지켜 본 바를 이야기하며 왜 빨리 분석을 시작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따져 물었습니다.
A가 대답했습니다. “작업을 하기 전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어이쿠! 속으로 불덩이가 솟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했습니다. 간단한 숫자 계산을 하려고 그 길고긴 사색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는데요, 그 이후에도 이런 업무 태도를 일관하는 A를 저는 결국 떠나 보내야 했습니다.
여러분은 학창시절에 교수가 과제를 내주면 거의 습관적으로 “너무 시간이 촉박해요. 조금 더 시간을 주세요.” 라는 앓는 소리를 누구나 해봤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식이었을 거에요. 교수가 10일의 시간을 줬다면 처음 5일 정도는 아예 신경 끄고 다른 일을 하다가, 3일 정도는 고민 좀 해보고, 막판이 돼서야 부랴부랴 과제를 하지 않았습니까?
이것을 ‘학생 증후군’ 이라고 말하는데요,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예측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실제 소요될 시간에다 여유시간(Slack Time)을 덧붙여 부풀리는 증상을 말하죠.
이 학생 증후군을 ‘직장인 증후군’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회사 여기저기에 이런 증상을 보이는 직원들이 많다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려울 겁니다. 일 못하는 직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죠. 혹시 여러분의 모습은 아닐런지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