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로 후대의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배움의 자세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신선한 일침을 가합니다. 그는 모든 걸 처음부터 자신이 스스로 증명하면서 배웠습니다. 위대한 학자들이 이미 밝혀 놓은 것이라도 그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죠.
그의 아버지가 “유명한 사람이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말을 믿지 말라”고 가르친 대로 그는 의심하면서 배우는 습관을 키웠다고 합니다. 그는 고대 학자들이 2천년 전에 이미 정립해 놓은 수학 규칙을 스스로 발견하는 데에서 기쁨을 찾았습니다.
“나는 공식을 발견하고 싶었다. 그리스인이든 바빌로니아인이든 누군가에 의해 이미 풀렸다는 것은 내게 아무 상관이 없었다. 모든 문제는 나의 문제였고 나는 여기에서 재미를 얻어야 했다.”
그는 한때 브라질 물리학연구센터에 있으면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는데요, 어느 날 그는 학생들에게 강의실 너머로 보이는 바다를 가리키며 빛이 바다에 반사되면 편광효과(偏光 : 빛의 일부만 통과하는 현상)가 발생한다는 걸 설명했습니다. 학생들은 그걸 보고 아주 재미있어 했지만, 편광이 발생하는 이론과 바닷물 색깔이 푸른 이유를 서로 연결시키지 못했죠. 학생들은 그저 모든 것을 그냥 암기할 뿐 그게 어떻게 응용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파인만은 1년 간의 브라질 체류를 마치고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브라질에는 물리학을 배우는 어린이들이 그렇게 많고 미국 아이들보다 훨씬 일찍 시작하는데 브라질에는 유명한 물리학자가 별로 없다는 것이 놀랍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우리에게도 뼈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2025년의 우리나라도 당시의 브라질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배우긴 해도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응용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험을 보기 위해,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그저 외우죠. 배우는 것은 책상 머리에서만 머물 뿐 실생활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배운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의심하면서 파고 들어가는 과정입니다. 학교나 책에서 습득한 것들이 진짜 그렇게 되는지 스스로 밝히려는 노력이기도 하죠.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배운 바가 실생활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 배움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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