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의 시각이 철저히 계획에 갇혀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외면했습니다. 베트남 민심의 변화, 게릴라전의 특성, 지역 정치의 복잡함은 수치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계획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사실상 패배를 선언하며 베트남에서 물러나야 했죠. 맥나마라는 훗날 회고록에서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 나의 가장 큰 착각이었다”라고 인정했습니다. 계획을 신성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해 버린 미국은 역사상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를 경험했습니다.
반대로,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철저한 계획과 상황에 따른 민첩함이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은 수개월에 걸쳐 치밀한 작전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D-Day 당일, 예상치 못한 폭풍우와 조류, 독일군의 예상 밖 방어로 인해 계획은 사실상 무력화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은 작전에 성공했죠.
그 이유는 계획을 ‘성경’처럼 신성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부 병력은 예정된 해안 대신 다른 곳에 상륙했고, 공군은 기상 상황을 고려해 목표를 수정했습니다. 아이젠하워는 “계획은 쓸모없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는 과정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밀한 계획 자체가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이 아니라, 계획을 토대로 하되 상황에 맞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민첩함이 승리를 가능케 했죠.
맥나마라의 실패와 아이젠하워의 성공은 우리에게 같은 교훈을 줍니다. 마이크 타이슨이 이런 말을 했다죠? “누구나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얻어터지기 전까지(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계획은 출발점이지, 목적지가 아닙니다. 지나치게 세세한 계획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줄입니다. 대략적인 방향과 원칙만 정해 두면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서 오히려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죠. 계획에 매몰되는 순간 실패가 시작된다는 걸 늘 상기합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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