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카카오톡의 '친구'는 전혀 다릅니다. 전화번호만 있으면 자동으로 '친구'가 되는 수동적 관계입니다. 가족, 친한 친구부터 시작해서 회사 동료, 거래처, 어디서 받았는지 모르는 명함 속 사람들이 '친구'로 한데 묶입니다. 카카오톡의 '친구'는 친밀도가 천차만별인 '연락 가능한 사람들의 목록'에 불과한 것이죠. 카카오는 이런 근본적인 차이를 간과하고 세그먼트화되지 않은 전체 주소록에 SNS 로직을 그대로 적용해버렸습니다.
흥미롭게도 카카오는 이런 반발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업데이트 발표 당일부터 유튜브 댓글창을 막아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편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수익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기존 카카오톡은 광고 수입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피드형 UI로 바뀌면 더 많은 광고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킬 수 있죠. 2025년 여러 악재로 어려워진 카카오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절실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카카오톡이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사용자 선택권을 제공해야 합니다. 기존 목록형 UI와 새로운 피드형 UI 중 선택할 수 있게 하거나, 최소한 친밀도별로 그룹을 나눠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합니다.
둘째, 메신저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카카오톡의 핵심 가치는 '빠르고 편리한 소통'이었습니다. SNS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이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셋째, 사용자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변화보다는 충분한 테스트와 피드백 수렴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합니다. 한 카카오 직원이 블라인드에 올린 글을 보면 "우리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만들었겠냐"며 "위에서 하나하나 다 지시한 것"이라고 토로하더군요. 현장에서 개발하는 직원들이 우려를 표했다면, 그 목소리에 귀기울였어야 합니다.
작년 12월 3일, 중고장터에서 물건을 사려 했다가 사기를 당했습니다. 6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떼이고도 돌려받을 방법이 없었죠. 경찰에 신고하려다가 공교롭게 그날밤 계엄 사태가 벌어져서 그냥 액땜한 셈 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업데이트 후에 그 사기꾼이 가족과 웃으며 찍은 사진이 화면에 떡하니 나타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죠. 카카오는 이런 부정적인 고객 경험을 충분히 상상했어야 합니다. 사용자에게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의 얼굴을 보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걸 말이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