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국가 간 이동뿐만 아니라, 조직 내 문화 전환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수적 대기업에서 빠른 스타트업으로, 위계적 팀에서 수평적 팀으로, 한국 본사에서 글로벌 지사로 옮길 때 등 문화적 규범이 바뀌는 모든 순간에 같은 원리, 즉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문화 적응력이 크다'가 적용된다는 것이죠.
헌데, 왜 그럴까요? 핵심 메커니즘은 '민감성의 역설'에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다는 것은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감수성이 높다는 의미로 볼 수 있죠. 그런 사람들은 미묘한 문화적 신호들—현지인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 대화 중 침묵의 의미, 암묵적인 서열과 예의 규칙—을 더 예민하게 포착할 줄 압니다.
적절한 수준의 긴장감이 있어야 우리의 뇌는 관찰과 학습에 최적화된 상태가 됩니다. "저 사람이 왜 지금 눈썹을 찡그렸지? 내가 뭘 잘못했나?"라며 환경을 분석하게 되죠. 너무 편안해 하면 "뭐 별거 아니네"하며 방심하느라 중요한 단서를 놓치고 말죠.
해외 파견, 글로벌 프로젝트 투입, 이동 배치 등 인사 이동이 발생할 때 "문화적 긴장을 안 느끼는 사람"보다 "문화적 긴장을 느끼되 그것을 학습으로 전환하는 사람"을 주목해야 합니다. 면접에서도 "낯선 환경에 두렵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에 "전혀요, 어디든 괜찮습니다"라고 답하는 사람보다, "걱정되지만 그래서 더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배우려 합니다"라고 답하는 지원자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인사 명령이 떨어져서 낯선 나라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할 때 불안감이 여러분을 압도한다면 "내가 자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문화적 단서를 민감하게 읽을 줄 알기 때문이라서"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좋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숨겨야 할 약점이 아니라,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전혀 긴장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대담한 게 아니라 어쩌면 뇌가 게으른 것인지도 모릅니다. (끝)
*참고논문
Madan, S., Savani, K., Mehta, P. H., Neel, R., Sng, O., & Cheon, B. K. (2025). Stress reactivity and sociocultural learning: More stress-reactive individuals are quicker at learning sociocultural norms from experiential feedback.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28(6), 1292–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