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저는 <나의 첫 경영어 수업>이란 책을 통해 비슷한 문제의식을 다뤘습니다. 자동차 회사 임원들에게 "자동차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니, 그들의 대답이 제각각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엔진으로 바퀴를 움직이는 운송수단'이라 했고, 어떤 이는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수단'이라 했으며, 또 다른 이는 '이동하는 생활공간'이라 정의했죠. 알고보니 각자 소속 부서의 관점에서 자동차를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전사적으로 통일된 개념이 아니라 자기 부서의 입장이 곧 정의였습니다.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부분 최적화'라는 고질병은 이렇게 통일되지 않은 용어 정의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만약 핵심 용어의 정의를 전사적으로 통일할 수 있다면, 미션과 비전을 향해 구성원을 제대로 정렬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이죠.
올슨이 제시한 해법도 같은 맥락입니다.
1. 추상적 용어를 구체적 사례로 설명하라. 예를 들어 '민첩성'은 '전면 출시 전에 고객 100명과 함께 먼저 테스트한다'
2. 부서별 맥락에 맞게 번역하라. "성장"이 재무팀엔 유연한 예산 편성을, 운영팀엔 공급망 효율화를, HR팀엔 인재 파이프라인 확대를 의미하도록 구체화하라.
3. 관찰·측정 가능한 행동으로 만들라. 예를 들어 '협업'을 '내 업무가 아니어도 고객 불만을 공유한다'는 구체적 행동으로 정의하라.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를 규정한다."라고 말했는데요, 경영의 관점에서 이를 해석하면 "용어 정의를 어떻게 하냐가 경영의 성과를 규정한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쟁영화를 보면 작전 직전 부대원들이 시계를 맞추는 장면이 나옵니다. 약속된 공격을 약속된 시간에 수행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화기와 훌륭한 작전도 소용없습니다. 서로 다르게 알고 있는 용어의 정의를 맞추는 것, 이것이 경쟁이라는 소리 없는 전쟁에 나서기 전 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명료한 정의가, 그리고 그 정의가 구체적 행동으로 연결될 때, 전략은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