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보상 심리' 때문입니다.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이를 만회(보상)하려고 더 노력한다는 것이죠. 그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동료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고, 남들보다 질문을 한 번 더 하고, 눈치를 살피면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려 애씁니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부족하다'는 그 불안감이 '배려'와 '경청'이라는 긍정적 리더십으로 발현되는 것이죠.
테픽이 의사 면허를 준비하는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면 증후군 성향이 높은 훈련생들은 환자를 대할 때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환자의 고통에 더 깊이 공감하며, 진단 결과를 더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실제 의술(진단 정확도)'이 자신감 넘치는 동료들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가면 증후군은 업무 능력(Competence)을 갉아먹지 않으면서 오히려 사회적 능력(Social Skill)을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신감(Confidence)이 곧 능력(Competence)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래서인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하여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독선적인 리더들이 많은가 봅니다.
혹시 여러분이 가면 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불안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세요. "내 능력은 떨어져"라고 자책하지 말고 "내가 이 일을 잘해내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재해석해야 합니다. 불안감은 '이 일에 진심', '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신호이기에 위축되지 말고 상대방에게 좀더 질문하고 좀더 경청하는 식으로 불안 에너지의 방향을 밖으로 바꾸세요.
오늘 회의나 미팅에서 문득 "내가 여기서 말을 잘못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든다면, 침묵하는 대신 상대방의 말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딱 하나만 던져보세요(예: 과장님의 제안을 실행할 때 가장 우려되는 리스크는 무엇인가요?). 이 작은 질문이 당신을 '자신감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일에 진심인 동료'로 만들어 줄 겁니다. (끝)
* 참고 논문
Tewfik, B. A. (2022). The Impostor Phenomenon Revisited: Examining the Relationship between Impostor Thoughts and Interpersonal Effectiveness at Work.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5(3), 988–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