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유창성(Cognitive Fluency)이란 말이 있는데요,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할 때 들어가는 에너지가 적을수록, 즉 '유창하게' 이해할수록 그 정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언어라는 추상적인 정보를 손동작이라는 시각적 실체로 변환해줄 때 청중의 뇌는 훨씬 적은 노력으로 메시지를 완벽히 소화한다는 것이죠. 이 편안함이 발표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집니다.
2008년에 스티브 잡스가 맥북 에어를 발표하던 장면을 기억합니까? 그는 "이 노트북은 얇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죠. 서류 봉투에서 제품을 꺼내는 퍼포먼스를 보이면서 엄지와 검지로 노트북의 모서리를 잡아 맥북 에어의 '얇음'을 시각적으로 고정시켰습니다. 이 동작은 청중에게 '얇다'라는 개념을 뇌에 즉각 각인시켰고 맥북 에어는 트렌드를 이끄는 제품 반열에 올랐죠.
여러분이 앞으로 무언가를 제안한다면 "기존의 복잡한 절차를 단축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꼬여 있는 실타래를 푸는 듯한 손동작으로 취하거나, 단계를 하나하나 짚어주는 동작을 연출해 보세요. 그러면 상대방은 여러분의 제안이 '실행 가능하다'는 느낌을 훨씬 강하게 받을 겁니다.
어찌보면 설득은 '상대방의 머릿속에 내가 가진 그림을 그대로 복사해 넣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논리가 '2차원의 설계도'라면 적절한 손동작은 그 설계도를 '3D 모델링'이라고 할 수 있죠.
여러분의 손이 메시지를 제대로 그려내는지 연구해 보세요 아주 작은 손 동작만으로도 상대방은 여러분의 말을 20% 더 선명하게 기억할 것이고 여러분을 전문가라고 인식할 테니까요. 단, 손동작이 과도하거나 너무 잦으면 역효과가 나니 조심하기 바랍니다.(끝)
*참고논문
Cascio Rizzo, G. L., Berger, J., & Zhou, M. (2024). Talking with Your Hands: How Hand Gestures Influence Communicatio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00222437251385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