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멀랠리가 보잉에서 포드의 CEO로 구원투수 격으로 취임했을 당시, 포드는 무려 170억 달러(약 22조 원)라는 기록적인 적자를 내며 파산 직전에 몰려 있었습니다. 멀랠리는 취임 직후 매주 목요일마다 경영진을 모아 '비즈니스 계획 리뷰(BPR, Business Plan Review)' 회의를 진행했죠. 그리고 각 부서의 진행 상황을 초록(문제없음), 노랑(문제의 소지가 있음), 빨강(문제가 생겨 일정이 지연됨)으로 색깔을 칠해 보고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임원들은 모두 자신의 프로젝트가 '초록색'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멀랠리 이전의 CEO들이 문제가 있고 실패를 인정한 부서의 장을 즉시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몇 주 동안 '거짓 초록색' 보고가 이어지자, 멀랠리는 회의에서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우리는 올해 170억 달러를 잃게 생겼습니다. 정말 아무 문제가 없습니까?"
마침내 당시 미주 지역 총괄 임원이었던 마크 필즈(Mark Fields, 훗날 포드의 CEO가 됨)가 총대를 멨습니다. 그는 신형 SUV인 '포드 엣지(Edge)'의 부품 결함 때문에 출시가 지연될 것이라며 자신의 차트에 '빨간색'을 띄웠습니다. 회의 분위기는 곧바로 얼어붙었고 참석자들은 모두 마크 필즈가 그 자리에서 해고당할 것이라 짐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멀랠리는 화를 내는 대신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죠.
"마크! 문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 주어 정말 고맙습니다. 자, 이제 우리가 마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이를 목격한 포드의 임원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바로 다음 주 회의부터 진짜 문제들을 뜻하는 노란색과 빨간색 보고서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자 비로소 전사적인 해결이 가능해졌고, 포드는 결국 파산 위기를 극복하고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합니다.
이제 홀로 외롭게 정답의 무게를 짊어지는 슈퍼히어로 리더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리더의 강인함은 완벽함이라는 숨 막히는 갑옷을 벗어 던지고 기꺼이 팀원들의 지혜를 빌릴 수 있는 용기에서 나옵니다. "이 문제를 정말 모르겠네요. 이것에 대해 OO대리의 의견이 궁금한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리더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빈틈을 보여주고 도움을 청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침묵하던 팀원들의 주도성을 깨우는 스위치가 될 겁니다. (끝)
*참고논문
Owens, B. P., & Hekman, D. R. (2012). Modeling how to grow: An inductive examination of humble leader behaviors, contingencies, and outcome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55(4), 787-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