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남자가 여자보다 키가 크다'는 고정관념 역시 평균적인 통계적 사실에 근거한 매우 빠르고 유용한 인지 도구라고 설명하는데요, 만약 일상생활에서 이런 통계적 확률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매번 제로 베이스에서 파악하려 한다면 엄청난 인지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 기반의 보수적인 대기업 임원들을 상대로 무언가를 제안해야 한다고 해보세요. 그러면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이 사람들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 리스크 회피와 비용 절감을 중시할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을 텐데요, 만약 '고정관념은 나쁜 것'이라는 강박 때문에 화려한 미래 비전을 늘어놓는다면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적을 겁니다. 오히려 그 고정관념을 십분 활용해서 구체적인 재무 수치와 과거의 굵직굵직한 레퍼런스를 강조한다면 그들을 설득할 수 있겠죠.
고정관념은 무조건 배척해야 할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의 뇌가 구축해 놓은 '효율적 예측 알고리즘'에 가깝습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고정관념 자체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새롭고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정보'가 입력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기존 예상을 수정하지 않으려는 아집과 경직성입니다.
여러분이 누군가를 판단할 때 무의식적으로 사용한 '고정관념' 하나를 찾아보세요. 그것이 업무의 속도와 효율을 높이는 좋은 고정관념인지, 아니면 새로운 정보를 배체시키는 나쁜 고정관념인지 검증해 보세요. 이것이 고정관념의 덫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고정관념을 잘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끝)
*참고논문
Jussim, L. (2012). Social Perception and Social Reality: Why Accuracy Dominates Bias and Self-Fulfilling Prophecy. Oxford University Press.
Jussim, L., Crawford, J. T., & Rubinstein, R. S. (2015). Stereotype accuracy in social psychological research.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6(1), 493-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