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강력한 '목적(Purpose)'과 '미션'을 심어주면 동기부여가 되고 퇴사율도 낮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나요? 회사가 존재하는 숭고한 이유를 알려주면 직원들이 스스로 몰입할 것이라는 통념이 있는데요, 하지만 이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입니다. 목적의식만 잔뜩 주입하고 행동할 자유를 주지 않으면, 오히려 아무런 목적이 없을 때보다 조직에 훨씬 더 치명적인 독이 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목적 지향적인 조직은 직원들에게 '당신은 이곳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합니다. 직원들은 그 약속을 믿고 자신의 열정을 기꺼이 조직에 바치려 하죠.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관료주의, 지나치게 빡빡한 평가지표, 경직된 규정 때문에 직원들이 실제로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죠. 이러면 그 약속은 산산조각 납니다.
특히 고객의 니즈를 가장 최전선에서 마주하는 실무자일수록 이 좌절감은 극심합니다. 연구 결과,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단순히 실망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노력하려는 의지를 거두고(조용한 퇴사), 조직에 대해 냉소적으로 변하며, 일반 기업의 직원들보다 퇴사할 확률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배신감도 더 컸다고 볼 수 있죠.
"환자의 생명과 일상을 구한다"는 숭고한 미션을 내건 헬스케어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죠. 고객 지원팀 직원들은 환자들의 절박하고 복잡한 문제를 끝까지 듣고 해결해 주고 싶어 할 겁니다.
하지만 회사는 효율성을 명목으로 '콜당 3분 이내 처리'라는 빡빡한 핵심성과지표(KPI)를 강요한다면요? 환자의 불안한 목소리를 끊고 다음 전화를 받아야 했던 직원들은 매일 극심한 감정적 소진을 겪을 겁니다. 그리고 결국 줄퇴사로 이어지겠죠. 목적은 숭고하지만, 지표가 직원의 영향력을 차단하면 이런 일이 충분히 벌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기업에서 목격합니다.
조직의 목적(Purpose)은 직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이나, 액자에 걸어두는 멋진 슬로건이 아닙니다. 목적이라는 엔진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반드시 '자율성과 권한 위임'이라는 연료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합니다. 연료 없는 엔진은 결국 과열되어 폭발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