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장의 이력서를 인사 담당자가 살펴보려면 적어도 몇 주가 걸리지만, AI 채용 솔루션에 넣으면 몇 초 안에 모든 이력서를 스캔합니다. 그리고 가장 적합한 후보자들을 제안하겠죠.
아마도 여러분은 학연이나 지연 같은 인간의 편견에서 자유로운 AI의 제안이 객관적이라고 여길 겁니다. 하지만 AI 채용 도구가 '최고의 인재를 내쫓는 주범'일지도 모른다는 걸 아는지요?
채용에 AI를 사용하면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맹점이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AI가 철저하게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다는 점입니다. AI는 여러 해 동안 합격했던 사람들의 이력서 데이터를 분석하여 공통된 패턴을 찾고 그 패턴과 일치하는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주죠.
얼핏 들으면 합리적인 것 같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만약 과거에 채용된 사람들의 대다수가 특정 대학 출신이거나 특정한 배경을 가졌다면요? AI는 그것을 '좋은 인재의 조건'으로 오인하고, 그와 다른 배경을 가진 우수한 인재를 걸러낼 가능성이 제법 큽니다. 인간의 편견을 없애려고 도입한 AI가 오히려 기업에 존재하던 과거의 편견을 더욱 단단하게 강화하고 복제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죠.
또한, AI는 인간 삶의 맥락(Context)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인간 면접관이라면 지원자가 1년간 세계 여행을 하며 겪은 공백기에서 남다른 도전 정신과 창의성을 읽어낼 수 있겠죠. 하지만 AI 채용 시스템은 그저 '1년의 경력 단절'이라는 감점 요인으로만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는 아웃라이어(Outlier)를 기계적으로 잘라낼 우려가 있죠.
혹은 영리한 지원자들이 AI의 이런 취약점을 이용할지 모흡니다. AI가 특정 키워드(예: 애자일, 데이터 분석, 리더십 등)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자기소개서에 그런 내용을 도배하겠죠.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흰색' 글씨로 해당 키워드를 빼곡히 넣어서 AI를 속이는 꼼수를 쓰는 지원자가 있었을 정도니까요. (이를 '화이트 폰팅(white fonting)이라고 부르는데요, 현재는 AI가 이를 걸러낸다고 합니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 아마존(Amazon)은 과거 10년 치 이력서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가, 남성 위주의 과거 데이터 탓에 AI가 '여성'과 관련된 단어가 들어간 이력서에 부당한 감점을 주는 것을 발견하고 해당 채용 시스템을 전면 폐기하기도 했습니다.
AI는 채용 담당자의 소중한 시간을 아껴주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렇기에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AI는 참고 도구이지 누굴 버스에 태워야 하는지 결정하는 차장은 아닙니다. 효율성이라는 유혹에 빠져,인재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인간 고유의 통찰력마저 기계에 외주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인사 담당자들이 AI 시대에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인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