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쳐맥이 쓴 책에는 이와 반대되는 입장의 일화가 실려 있습니다. 1635년에 스페인 탐험가들이 북쪽 해안을 조사하다가 지금의 푸젓 사운드라 불리는 만을 발견했습니다. 탐험가들은 이 정보를 통해 이렇게 결론 내립니다. “캘리포니아는 섬이다!” 그때부터 지도에서 캘리포니아는 미 대륙과 분리된 거대한 섬으로 표현됩니다. 그 후로 거의 100년 동안 발행된 지도들은 캘리포니아를 섬으로 나타냈고, 1747년에야 캘리포니아가 미 본토와 연결된 반도라는 올바른 정보가 지도에 반영됐습니다.
캘리포니아가 섬이라는 지도를 가지고 선교 활동에 파견된 선교사들은 골탕을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서쪽 해안에 내린 그들은 바다가 다시 나타날 것을 대비해 배를 분해해 행군을 계속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나타나지 않았고 선교사들은 어느덧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화가 난 선교사들은 지도 제작자에게 “지도가 잘못됐다. 캘리포니아는 섬이 아니다”라는 편지를 썼습니다. 그러나 지도 제작자들은 그럴 리 없다며 “당신들이 엉뚱한 곳에 있는 것이다. 지도는 맞다”라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이 사례는 헝가리 소대 일화와는 다른 시사점을 줍니다. 잘못된 지도라도 있는 게 낫다는 것과 달리, 잘못된 지도는 잘못된 길로 인도할 뿐이라는 것이죠. 또한 잘못된 지도를 믿고 나면 마음을 바꾸기가 아주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면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오도 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믿음으로 융통성 없이 전략을 밀고 나가면 엄청난 실패를 겪게 됨을 경고합니다.
잘못된 지도라도 있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잘못된 지도는 잘못된 결과만을 낳을까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이런 질문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에 불과합니다. 이 두 가지 입장은 상반되거나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이 둘을 합쳐서 생각해야 합니다.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략의 실행 속도가 중요한 요즘 같은 상황에서 시대에 뒤떨어지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따라서 알프스 산맥이 아닌 피레네 산맥의 지도를 가지고라도 출발점을 정한 후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지도는 잘못된 곳으로 이끈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내가 가진 이 지도는 어디까지나 불완전한 정보를 기초로 만든 지도라는 점을 계속 상기하면서, 새로운 정보가 나타날 때마다 지도를 지우고 새로 그리려는 융통성을 견지해야 합니다.
처음에 정했던 전략을 폐기해야 한다는 정보가 들어와도 그것을 고수하려는 경영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말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용기입니다. 선교사들이 올바른 정보를 전해도 지도가 맞다고 우긴 지도 제작자들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말이죠.
미래를 완벽히 예측해야 한다는 입장과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전진하자는 입장 간의 대립을 해소하고 하나로 융화시켜야 합니다. 그 방법은 미래의 시나리오별로 별도의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것뿐입니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미지의 땅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면 시나리오라는, 불완전하지만 희망을 제시하는 지도를 가지고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합니다. 예상치 못했던 강과 산이 나타나면 정찰대를 내보내 정보를 수집하고 시나리오를 다시 그려가는 것이 미래를 항해하는 경영자들이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인드입니다.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말할 용기를 갖는 것이 먼저라는 점은 잊지 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