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은 다뤄야 할 주제가 많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첫 번째 이슈부터 빠르게 짚고 넘어가죠."
이렇게 리더의 빠른 템포에 맞춰 회의가 진행되면 30분 만에 모든 안건을 다룰 수 있겠죠. 그러면 참석자인 여러분은 '오늘 회의, 정말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이었어!'라고 평가할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빠른 속도로 안건 처리를 하는 회의가 과연 효율적일까요?
많은 기업들이 '과도하게 많은 회의'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 '회의 진행 속도 높이기' 방법을 씁니다. 1시간 회의할 것을 30분 안에 끝내자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회의 진행 속도를 바꾼다고 해서(그리고 회의를 빨리 끝낸다고 해서) 성과가 향상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회의 시간이나 횟수가 아니라, '회의의 밀도'에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제이 설리번(Jay Sullivan)은 기업들이 이른바 '회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일정이 빽빽해질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급해지는 바람에 속도를 효과로 착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속도 빠르게 진행되는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내 의견이나 감정보다 여러 의제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기는구나'라고 느끼겠죠? 겉으로는 안건이 모두 처리된 회의 같아도, 실제로는 교감이나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밀도 낮은' 껍데기 회의가 되고 말죠.
회의의 밀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두 가지 대처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내 안건보다 '상대의 안건'을 먼저 물어보기 마음이 급하면 1:1 면담이나 소규모 회의에서 "오늘 논의할 A안건 말인데요"라고 바로 돌진하기 쉽습니다. 이때 의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늦추세요. 본론에 들어가기 전,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오늘 이 시간이 ○○님께 가장 가치 있으려면 어떤 이야기를 꼭 다뤄야 할까요?"라고 열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습니다.
"특별히 없습니다. 바로 안건 토의 시작하시죠"라는 대답이 돌아와도 좋습니다. 이런 질문이 상대의 고민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존중의 메시지'를 줍니다. 이 여유가 이어지는 대화의 심도를 확연히 높여줍니다.
2. "안 돼(No)"보다는 "잠깐만(Whoa)"으로 대체하세요 팀원이 낯선 아이디어를 내면 경험이 많은 리더일수록 "그거 예전에 해봤는데 안 돼(No)"라는 말이 1초 만에 튀어나옵니다. 이런 빠른 판단은 좋은 아이디어의 싹을 자르고 팀원들의 입을 닫게 만듭니다.
팀원의 아이디어에 즉각적으로 거부감이 든다면 바로 내뱉지 말고 속으로 "잠깐만" 하고 멈춰 보세요.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뭐지?', '나는 지금 저 친구의 태도에 반응하는 것인가, 아니면 아이디어 자체를 덜 파악한 것인가?'라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면 섣부른 판단을 막고 회의의 질을 끌어올립니다.
회의는 결승선을 빨리 통과하는 속도전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뇌와 마음을 100% 가동시키는 밀도 높은 시간이어야 합니다. 오늘 예정된 회의에서 누군가 의견을 내면 여러분의 생각이나 판단을 말하기 전 의도적으로 '3초'만 침묵해 보세요.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조금 더 자세히 들려줄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세요. 회의 시간을 줄이는 데 집중하기보다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밀도 높게 논의할지 연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AI 시대에는 더더욱.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