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조직 개편이나 새로운 시스템 도입과 같은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을 진행하자고 논의하는 회의실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합니다.
"정말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준비가 된 겁니까?"
아마 데이터를 중시하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조직일수록 이런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 말을 듣는 리더는 즉각 프로젝트 진행을 재고한 다음 더 많은 근거와 이유를 가져오라고 지시하겠죠.
경영진의 전적인 후원, 치밀한 커뮤니케이션 계획, 무결점의 기술적 세팅, 직원들의 역량 확보가 선행되어야만 변화에 실패하지 않는다고 믿겠지만, 여러분이 '준비성 함정(The Readiness Trap)'에 빠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리더들이 조직의 변화를 이끌 때 저지르는 가장 큰 착각은 '100% 완벽한 준비 상태'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100%의 준비란 결코 오지 않는 신기루와 같습니다. 모든 체크리스트에 V표를 치는 것을 준비라고 착각하면 그 조직은 영원히 활주로만 맴도는 비행기 신세가 되고 말죠.
진정한 준비는 일단 뛰어들고, 일을 진행하면서 부딪히는 '마찰(갈등)'을 흡수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게 궤도를 수정하는, '학습과 적응의 근육'을 키우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준비성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진짜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기보다 다른 이유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선 팀장들이 자기 팀의 예산과 인력, 타임라인을 뺏기지 않으려는 부서 이기주의, 직원들이 과거의 익숙한 방식으로 벗어나지 않으려는 관성 때문에 거짓으로 '준비가 더 필요하다'라고 외치는 것일 수도 있죠. 그러므로 누군가가 완벽한 준비를 요구한다면 그에게 어떤 의도가 있는지 살펴야 할 겁니다.
물론 아무 준비없이 무작정 뛰어들라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가만히 있으면서 100%의 확신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움직이면서 배우고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조직 내부에 갖추었느냐에 있습니다. 완벽한 준비란 출발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달리는 동안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던 프로젝트나 개인적인 결정이 있나요? 준비성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해 보기 바랍니다. 계획표에서 빠져나와 현실의 '마찰'을 기꺼이 응전하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