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만 말하지 말고 대안이나 해결책도 같이 말해야지. 대안없이 문제 제기만 하면 어떻게 해?"
아마 이런 말을 들어봤거나 리더의 입장에서 직접 말해봤을 겁니다. 이 말은 직원들의 수동적인 태도를 방지하고, 비판적 사고와 주도성을 길러주는 훌륭한 리더십 조언처럼 들리는데요, 하지만 "해결책 없이 문제만 가져오지 마라"는 말은 직원들의 입을 틀어막고 위기를 키우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는 이런 식의 말이 직원들에게 두 가지 치명적인 오해를 심어준다고 지적합니다. 첫째는 '문제를 가져오는 사람은 무능하거나 매사 부정적인 사람으로 찍힌다'는 것이고, 둘째는 '문제 해결은 오롯이 발견한 사람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이죠.
직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특히 권력의 중심에서 멀리 있는 실무자나 저연차 직원들은 자신이 '트러블메이커'로 낙인찍히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하려 하죠. 그래서 아직 분명치 않은 문제나 초기 경고 신호를 발견해도 상사를 만족시킬 해결책이 없을 때는 입을 닫아버립니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나 에퀴팩스의 대규모 데이터 유출 사건, 테라노스 사태는 공통적으로 실무자들이 일찍이 취약점을 경고했지만 '해결책이 없으면 불평하지 마라'는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터졌습니다.
'문제 발견'과 '문제 해결'은 사실 전혀 다른 차원의 과업입니다. 현장에 있는 실무자는 훌륭한 '문제 발견자(Problem-spotter)'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제품 기획, 운영, 법무, 재무 등 여러 부서의 권한과 자원이 필요하죠. 완벽한 해결책까지 요구하는 것은 화재를 최초 목격한 사람에게 "혼자서 불을 다 끌 수 있는 기획안을 쓰기 전에는 119에 신고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문제 제기만 하지 말고 해결책도 가져와라"는 말 대신에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요? 에드먼슨 교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첫째, "생산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문제를 최대한 일찍 가져와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정답을 요구하는 대신,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 자체를 가치 있는 기여로 인정해 주는 것이죠. "어떤 현상을 보았나?", "데이터나 사례가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리더와 직원이 함께 문제를 파악해 나가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둘째, "해결책은 없어도 좋으니, 나와 함께 고민할 준비를 해서 와라"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문제를 상사의 책상 위에 툭 던져놓고 도망가는 직원의 무책임함을 방지합니다. 완벽한 해결책은 없어도 좋지만, 최소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함께 머리를 맞댈 '주인의식과 협력의 태도'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죠.
셋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충성심 부족이 아니라 리더십의 발현이다"라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문제를 알면서도 속으로만 삼키는 것이야말로 회사에 대한 불충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행위 자체를 조직을 위한 기여로 재정의해 주면 직원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고 숨겨진 리스크를 더 빨리 공유할 겁니다.
훌륭한 팀은 '문제가 없는 평온한 팀'이 아닙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얼마나 빠르고 투명하게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훌륭한 팀을 결정짓죠. 리더는 정답을 기다리는 채점관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