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에서 "투구 수 관리가 투수의 피로도를 관리할 수 없다"는 영상을 봤습니다. 아시다시피 현대 야구에서는 투수의 부상을 방지할 목적으로 100구 안팎으로 투구 수를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하지만 투구 수로 투수의 피로도를 관리할 수 있을까요?
주자가 없는 편안한 상황에서 던진 100구와 매 이닝 주자를 득점권에 두고 심리적 압박감 속에서 던진 100구는 신체적, 정신적 소모량이 천지 차이입니다. 투수의 피로도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공의 개수(양)가 아니라, 그 공을 던질 때의'스트레스와 압박감(질)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야구의 원리가 직원들의 피로도 관리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보통 직원들의 업무량을 '시간'이라는 단위로 측정하는데요, 하루 8시간을 일했으니 8시간만큼 피로할 것이라고 평면적으로 계산하곤 하죠. 하지만 직원들의 피로도는 '투구 수'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의 투구'가 좌우합니다.
A팀이 서비스 장애로 인해 수백만 명의 유저가 불편을 겪는 상황에서 이를 복구하기 위해 5시간 동안 긴급 작업을 했다고 가정해 보세요. 반면, B팀은 사내 인트라넷의 UI 변경을 위해 5시간을 일했습니다. 시스템에는 똑같이 '5시간 근무'로 찍히지만 A팀 개발자가 느낄 뇌의 피로도와 스트레스는 후자의 몇 배에 달하겠죠. 이들에게 똑같이 "오늘 정시 퇴근했으니까 피로를 잘 풀겠지?"라고 접근하는 것은 오판입니다.
또한, 콜센터나 영업 직원이 매우 공격적이고 막무가내인 고객을 응대하는 데 30분을 썼다면, 이는 우호적인 고객 10명과 3시간 동안 통화한 것보다 훨씬 큰 정신 에너지를 고갈시킵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짧았지만 심리적 압박감이 극도에 달하는 '만루 위기에서의 투구'와 같겠죠.
직원의 번아웃은 일한 시간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업무가 주는 '압박감의 밀도'에서 옵니다. 그렇기에 리더는 직원들이 얼마나 큰 긴장감 속에서 에너지를 집중 투여했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시간 관리(Time Management)를 넘어 '에너지 관리(Energy Management)'로 전환해야 하겠죠. 이런 발상의 전환이 직원들의 번아웃을 막는 현명한 선택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