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은 오리건주 교통국과 함께 진행한 2만 7천 명 대상의 카풀(Carpool) 플랫폼 실험에서 이를 증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직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는데요, 한 그룹은 '클릭 한 번'으로 쉽게 가입(저관여)하게 했고, 다른 그룹은 자신의 정보를 '일일이 다시 입력'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게(고관여) 했습니다.
결과는 우리의 상식과 반대였습니다. 정보를 일일이 입력하게 만든 고관여 그룹은 저관여 그룹에 비해 초기 가입자 수가 25%나 적었는데, 진입 장벽이 높으니까 이것은 당연한 결과죠. 하지만 놀랍게도 번거로움을 뚫고 가입한 사람들은 저관여 그룹보다 일주일에 1.6배 더 많은 카풀을 이용했고, 4개월 동안 무려 795번이나 더 카풀에 참여했습니다. 가입의 문턱을 조금 높였더니 허수는 빠지고 진짜 행동할 '진성 유저'들만 남아 압도적인 참여도를 보여준 것입니다.
또다른 실험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흐릿한 그리스 문자 35개를 해독하는 작업을 완료하고 나서 두 번째 세션을 할지 말지를 선택하도록 했더니 그런 해독 작업을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두 번째 세션에 35%나 더 참여했던 것이죠. 게다가 두 번째 세션에서 고관여 그룹은 저관여 그룹보다 더 많은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이처럼 목표와 관련된 의미 있는 수고로움은 심리적 소유권을 만들어내어 끝까지 해낼 확률을 크게 높여줍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무턱대고 짜증 나는 진입장벽을 설정하면 곤란합니다. 퇴직연금 자동 가입처럼 '한 번 설정하면 끝나는(Set-and-forget)' 일에는 쉽고 매끄러운 가입 절차가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꾸준한 운동이나 지속적인 카풀처럼 반복적인 행동과 후속 조치가 요구되는 일에는 반드시 목표를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진입장벽'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몰입과 헌신은 '클릭 한 번'의 편리함이 아니라 기꺼이 감수한 작은 수고로움으로부터 만들어집니다. 약간의 수고로움이 진정으로 행동할 준비가 된 사람들의 마음을 꽉 잡아주는 훌륭한 닻(Anchor)이 되어주니까요. (끝)
(덧붙이는 글)
'유정식의 경영일기' 구독을 어렵게 만들면 오픈율이 훨씬 올라갈까요? ㅋㅋ
*참고논문
Kristal, A. S., & Whillans, A. V. (2020). What we can learn from five naturalistic field experiments that failed to shift commuter behaviour. Nature Human Behaviour, 4(2), 169-176.
Dykstra, H., O'Flaherty, S., & Whillans, A. V. (2023). The Buy-In Effect: When Increasing Initial Effort Motivates Behavioral Follow-Through. Harvard Business 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