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는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를 먼저 정했습니다.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수립했던 것이죠. 무작정 토론에 들어가는 대신, 문제 정의 → 평가 기준 설정 → 대안 도출 → 검토 → 결론 도출…. 이 5단계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수립했기 때문에 참여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중간 산출물, 일정, 역할과 책임 등을 명확히 했던 것이죠.
셋째로, 그는 ‘원하는 결과’를 명확히 설정했습니다. 목표가 모호할수록 결정은 흐려지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결정이 흘러갈 수 있거든요. 오바마 대통령은 “탈레반 격퇴가 목표인가요? 시민사회의 건설인가요? 파키스탄의 안정을 도모하는 건가요? 아니면 미군의 조기 철군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목적을 분명히 했다고 합니다. 리더는 이렇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넷째, 그는 ‘가정’을 점검했습니다. 잘못된 전제를 기반으로 내린 결정은 아무리 논리적이라 해도 결국 실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과거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량상살무기가 있다는 가정으로 전쟁을 일으킨 사례를 떠올려 보세요(실제로 대량상살무기는 없었음). 오바마는 “알카에다가 여전히 가장 큰 위협인가요?”라고 질문함으로써 현재의 가정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살폈습니다. 이렇게 가정을 확인하고 변경하는 과정은 좋은 의사결정에 매우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꼭 기억하세요!
다섯째, 그는 ‘다른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라고 참여자들에게 요구했습니다. 빠른 합의를 밀어붙이면 ‘집단사고(groupthink)’의 위험이 커집니다. 오바마는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을 반대 입장에 세워서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했습니다. ‘레드팀’을 운영했던 것이죠.
마지막으로, 그는 ‘결론을 내리는 시점과 방식’을 분명히 했습니다. 제가 여러 리더십 강의 때 항상 강조하는 것은 신중하되 우유부단한 리더가 되지 말라는 것입니다. 신중한 리더도, 우유부단한 리더도 모두 의사결정을 느리게 하는 게 공통적이지만, 신중한 리더는 반드시 마감 시한을 명확히 정해 놓고 그때까지는 치열하게 논의하도록 합니다. 마감 시한이 되면 만장일치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결정을 내리죠. 반면, 우유부단한 리더는 마감 시한을 정하지 않고 설령 정했다 해도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죠.
의사결정을 잘하는 리더는 ‘옳은 결정’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옳게 결정’하는 사람입니다. 리더도 사람이니 어떻게 매번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겠습니까? 직관에 의지해서 결정을 밀어붙였다가 큰코 당하는 경우가 좀 많습니까? 옳게 결정을 해야 옳은 결정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법입니다.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옳게 결정을 내리는 것은 누구나 통제할 수 있으니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