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시각’이라는 말은 요즘 사회에서 하나의 미덕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 말만큼 자주 오해되고 오용되는 말도 드뭅니다. 균형을 잡는다는 건 정말로 항상 중간에 서 있으라는 의미일까요?
시소의 중심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양쪽 무게가 비슷할 때에야 중심은 균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이미 심하게 기울어진 시소의 가운데에 선다면 우리는 어정쩡한 자세로 비틀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반듯하게 설 수 있는 사람은 한쪽 다리가 유난히 긴 사람밖에 없죠.
균형감각이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태도’라기보다, 오히려 ‘진실을 향해 기울어지더라도 올바른 정보를 탐색하려는 태도’입니다. 예를 들어, 한 손은 0도의 얼음물에, 다른 한 손은 50도의 뜨거운 물에 담갔다고 해보세요. 평균 온도는 25도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감각은 결코 그럴 리 없습니다. 극단적인 체험은 평균값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양 극단이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중간이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종종 정치적 이슈나 사회 문제를 두고 ‘양쪽 다 똑같이 한심하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런 말은 냉소적인 태도로 위장된 무책임일 수 있습니다.
만약 한쪽은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퇴행적인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면, ‘둘 다 별로다’는 평가는 사실을 왜곡하는 셈입니다. 그런 말은 어느 쪽도 옳지 않다는 ‘척’을 하면서, 정작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려는 노력은 포기한 것입니다.
진정한 균형은 결과가 반드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느 쪽이 옳은가란 판단의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양쪽의 정보를 동일한 기준으로 살펴보았음에도 어느 한쪽의 문제가 더 많다면, 판단은 당연히 한쪽으로 기울어야 합니다. 어떤 사안이 장점이라고는 찾기 힘들 정도로 문제점이 명확한 경우에는 단점만 통렬하게 지적하는 것이 정직하고 균형 있는 시각입니다.
아무리 맡아봐도 똥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습니다. 악취가 난다고 정확히 말하는 사람에게 “아냐. 잘 맡아봐. 좋은 냄새도 나거든. 악취만 난다고 말하다니, 넌 균형 잡힌 시각이 없군.”라고 말할 수 있나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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