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럴까요? ‘인지 노력(cognitive effort)’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는데요, 사람들은 단순하고 짧은 표현보다는 복잡하고 긴 표현을 듣고 이해할 때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이 사람도 나에게 사과하는 말을 고르느라 애를 많이 썼겠구나.”라고 해석하게 되죠. 머리 안으로 들어오는 말의 복잡성을 사과하는 마음의 진지함과 동일시한다는 뜻입니다.
감사의 말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이 그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정말 감사합니다.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라고 말하는 것에서 더 큰 진심이 느껴질 겁니다. 같은 의미를 전달하더라도 ‘좀더 길게’ 표현하면 감사의 진정성이 높아지죠.
하지만 주의해야 합니다. 길고 어려운 말을 써야 무조건 진정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거든요. 형식적이고 상투적이며 부자연스러운 표현을 쓰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명하는 바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떨까요? 국가기관이나 기업들이 발표하는 사과문에서 이런 문장이 종종 등장하는데요, 뭔가 자기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화가 나지 않나요? 사과나 감사의 진심에 맞는 언어를 잘 고른다면 이런 딱딱하고 비겁한 소리는 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중요한 사과를 하거나, 진심을 전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면 단어 선택에 조금 더 신경 쓰기를 바랍니다. 무심코 내뱉은 “미안합니다”보다 좀더 긴 “불편하게 해 드려서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가 더 깊이 다가올 수 있습니다. 듣는 사람은 그 말에서 정성을 느끼고 그 정성에서 진심을 감지하니까요. (끝)
*참고논문
Lev‑Ari, S. (2025, May 7). Sorries seem to have the harder words.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s://doi.org/10.1111/bjop.12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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