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이 영화가 알리고자 하는 리더십의 본질입니다. 리더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혁신가여야 한다는 것이죠. 재설계하려면 리더는 그간의 관행에 강한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는 점도 알려 줍니다.
빌리는 하버드 출신의 통계분석가 피터 브랜드를 영입해서 '세이버매트릭스'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팀을 다시 구성합니다. 야구는 ‘점수를 낼 확률’의 게임이며, 진짜 가치는 출루율이라는 단일 지표로 설명될 수 있다는 그의 야구 철학은 기존의 구단 운영방식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죠.
이같은 빌리의 리더십은 팀 감독과의 갈등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감독 아트 하우는 여전히 전통적인 선수를 기용하며 빌리의 전략을 무시했는데요, 일례로 빌리가 영입한 스캇 해티버그를 1루수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출장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빌리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자신이 트레이드하고 싶어 했던 선수들을 구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몽땅 팔아버림으로써 감독의 고집을 꺾어 버렸죠. 이 장면은 리더가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고립과 비난을 감수하는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런 그에게 언론은 조롱을 퍼부었고 팬들은 야유했습니다. 조직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했지만 그는 동요하지 않았어요. 리더십이란 동의를 얻는 일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고 책임지는 일이라는 것을 빌리는 계속 견지합니다. 외롭게 말이죠.
처음에 빌리의 결정은 실패인 듯 보였지만, 결국 그가 구성한 팀은 메이저리그 최초로 20연승을 기록하며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웁니다. 그리고 보스턴 레드삭스란 팀은 그의 이론과 전략을 채택해서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죠.
여러분의 리더는 어떤가요? 그가 조직에 이미 자리잡은 관행에 강력하게 의문을 제기하고 있나요? 리더는 ‘모두가 맞다고 하는 길’을 걷는 자가 아닙니다. 때로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걷고, 그 길이 맞다는 걸 끝까지 증명해야 하는 사람이죠. 동의를 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외로움 속에서도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 바로 리더입니다.
빌리 빈은 영화에서 스카우터들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If we try to play like the Yankees in here, we will lose to the Yankees out there.”
(“우리가 여기서 양키스처럼 플레이하려 하면, 밖에서도 양키스에게 질 겁니다.”)
혁신을 해서 판 자체를 바꾸려면 다수가 동의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혁신은 그래서 외롭고 괴로운 것이고, 진정한 리더만이 혁신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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