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바로 ‘우연’입니다. 능력 있고 의도도 좋은 사람인데 회의 때마다 늦는다든지, 그가 만지면 갑자기 장비가 고장 난다든지, 이상하게 자꾸 상황이 꼬이면 어떻겠습니까? 처음 한두 번은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자주 발생하면 속으로 이런 마음이 들 수밖에 없죠. “믿고 싶지만, 뭔가 불안해.”
신뢰를 다른 말로 바꾸면 ‘예측 가능성’입니다. 오늘의 그 사람이 내일도 같은 사람일 거라는 믿음이 신뢰입니다. 실력, 태도, 결과가 ‘일관되게 반복될 수 있다’는 확신이 신뢰를 형성하죠.
그래서 저는 신뢰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신뢰도 = 의도 × 능력 × (100 - 우연성)
이 ‘신뢰 방정식’을 사용해서 상대방의 신뢰도를 평가해 보세요. 상대방의 의도, 능력, 우연의 가능성을 각각 0~100%으로 잡고 계산해보면, 감으로 판단할 때보다 더 객관적인 통찰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타인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싶다면 ‘나’는 뭘 바꿔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던졌다는 것은 일단 ‘의도’는 충분하다는 뜻이겠죠. 그러니 역량을 키우고 우연성을 줄여야 합니다. 물론 우연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겠죠. 하지만 사전 준비, 연습, 백업 플랜 등으로 우연성을 줄여나갈 수는 있습니다. 이런 노력 없이 신뢰를 얻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가 신뢰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일 겁니다.
신뢰는 한 번 얻으면 매 거래마다 점점 더 저렴한 비용으로 협업하게 만드는 무형의 자산입니다. 그리고 신뢰 방정식은 서로 상대방의 신뢰도를 올바르게 측정함으로써 쌍방이 기존에 쌓아둔 신뢰라는 자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상대방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 보는 단초를 제공하기에 유용한 개념입니다. 신뢰의 방정식을 늘 가슴에 담아 두세요. 그러면 여러분의 ‘신뢰 자산'이 복리 이자처럼 불어나지 않을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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