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으로 한겨울이 되자 상황은 급속히 악화됐습니다. 기온은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졌고 연료 부족으로 난방이 불가능해 병사들은 동상과 저체온증에 시달렸습니다. 식량과 의약품이 바닥나면서 굶주림과 질병이 사병들 사이로 퍼졌습니다. 만슈타인 원수가 이끄는 구출 작전이 시도됐지만 히틀러는 제6군이 포위망을 벗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1943년 2월, 파울루스는 항복을 선택했고, 9만 명 가량이 포로가 되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 대부분은 수용소에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의 교훈이 이렇습니다.
첫째, 현장의 판단 무시 — 포위 초기의 탈출 기회를 놓침
둘째, 비현실적인 보급 계획 — 공중 보급에만 의존한 판단은 치명적
셋째, 혹한 대비 부족 — 장기전에 필요한 방한 장비와 식량이 턱없이 부족
넷째, 목표 집착 — 도시 점령이라는 상징적 승리에 사로잡혀 전략적 유연성 상실
핫코다 산 참사와 비교해보면 닮은 점이 많습니다. 두 사건 모두 자연환경이 직접적 원인이었지만, 결국은 인재(人災)였습니다. 현장 지휘관의 판단이 상부의 체면과 고집에 묻혀 버렸고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으로 위기를 키웠습니다. 그리고 철수 시기를 놓침으로써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말았죠.
조직에서도 이런 패턴은 자주 나타납니다. 현장의 목소리가 상부의 체면 경쟁과 정치적 계산에 묻히면 결정은 늦어지고 피해는 커집니다. 계획은 현실성을 잃어 버리고 준비 부족은 위기 상황에서 치명타로 돌아옵니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혹은 집착)가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핫코다 산 참사와 스탈린그라드 제6군의 붕괴 사건은 ‘귀를 막은 리더십과 의사결정 구조의 경직성’이 조직을 무너뜨리는 가장 위험한 조건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강조합니다. 인간은 자연을 통제할 수 없지만 의사결정 구조는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조직을 살리는 것은 ‘현장의 판단을 존중하고 상황 변화에 맞춰 신속히 결정을 내리는 유연성’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조직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면 ‘스탈린그라드’와 ‘핫코다’와 같은 상황일지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목표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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