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심리학자 닐 밀러(Neal Miller)는 동기와 갈등을 연구하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한쪽 끝에 배고픈 쥐, 반대쪽 끝에는 맛있는 치즈를 놓았습니다. 방해물이 없을 때 쥐는 지체 없이 치즈로 달려가 허기를 채웁니다. 그러나 밀러는 중간에 전기충격 장치를 설치했는데요, 그 때문에 치즈로 향하던 쥐는 전기충격을 맞고 고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쥐는 이렇게 학습하겠죠. “치즈를 얻으려다간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배고픔은 여전합니다. 그래서 쥐는 치즈를 향해 가고 싶은 욕망과 전기충격을 피하려는 욕망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그냥 멈춰 섭니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갇히게 되는 건데요, 무언가를 하는 대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즉 ‘무행동’을 선택합니다.
조직 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겉으로는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외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제를 드러낸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불이익을 주고, 심하면 인사고과에 반영하죠. 구성원들은 이런 장면을 직접 보거나 간접적으로 전해 듣게 되는데요, 그렇기에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나서서 말하지 않게 됩니다. “괜히 건드려서 손해 볼 바에야 모른 척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머리에 자리 잡는 것이지요. 결국 ‘무행동의 덫’에 빠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