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에서 왜 억측이 발생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데요, 바로 ‘생각을 덜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지하거나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결론을 미리 정하고 그걸 뒷받침할 증거를 찾으려는 심리적 동기를 갖기 때문이죠. 예컨대 누군가 승진하면 “저 사람은 실력보다는 윗사람과 친해서 승진한 거야”라는 억측을 하곤 하는데요, 합리적인 근거보다 숨은 의도를 증명할 근거를 먼저 찾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약한 근거에 필요 이상의 비중을 부여합니다. 특히 뭔가 급박하게 돌아갈 때 더욱 그런데요, 며칠 안에 조직이 개편되어 이동 인사 명령이 날 거라는 소식이 들리면 “부서를 통폐합하는 것은 필시 구조조정을 하려는 신호야”라고 목소리를 내죠.
그렇다면 이런 억측이 팽배하는 것을 어떻게 예방하고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해야 합니다. 결정이 내려진 배경과 근거를 명확히 공유하면 억측이 자리 잡을 공간이 줄어들겠죠. 강한 증거를 제시하고 약한 증거를 반박하는 것이 억측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시간과 정보의 여유를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위 연구에서 봤듯이, 압박이 클수록 사람들은 약한 주장에 쉽게 휘둘리기 때문이죠.
정리하면, 억측과 음모가 발생하는 까닭은 생각의 게으름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죠. 직원들이 억측을 말할 때 그 사람에게 화를 내며 공격부터 하면 불신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들이 어떤 기준으로 사안을 바라보는지를 먼저 파악하세요. 그 기준에 따라 근거를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유해야 신뢰가 쌓일 수 있습니다. (끝)
*참고논문
Robson, S. G., Faasse, K., Gordon, E. R., Jones, S. P., Smith, N., & Martire, K. A. (2024). People who believe implausible claims are not cognitive misers: Evidence from evaluation tasks. Journal of Applied Research in Memory and Cogn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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